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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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전성우(배우), 원종원(순천향대 교수)
<전성우(배우·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주연)>
말 안 나올 정도 얼떨떨…배우들 단톡방도 깜짝
로봇 주인공, 첫 감정 느낀 순간 연기 기억남아
공연의 완성은 관객, 사랑으로 지금의 작품 나와
<원종원(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교수)>
한국 작사가-미국 작곡가 '윌-휴 콤비' 작품
문학계 노벨상, 영화계 오스카상에 비견될 성취
1년에 막 올리는 뮤지컬 작품 70%가 '창작'
◇ 김현정> 어제 오전이었습니다. 뉴스쇼가 막 끝나갈 즈음에 실시간으로 속보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공연계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토니상의 극본상, 음악상 수상했다. 이런 속보였는데요. 수상 부문이 점점 늘어나더니 무대 디자인상, 남우 주연상, 연출상 그리고는 마침내 작품상까지 총 6관왕을 거머쥡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한 우리나라 토종 창작 뮤지컬이 브로드웨이를 사로잡기까지 도대체 그 과정은 어땠고 또 어떤 매력이 있었던 건지 오늘 좀 짚어봐야겠습니다. 먼저 만날 분은요. 출연 배우입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한국에서 공연을 하다가 미국 브로드웨이로 간 거거든요. 한국 공연 당시에 남자 주인공, 올리버 역을 맡았던 배우 전성우 씨 연결을 해보죠. 전성우 씨 나와 계십니까?
◆ 전성우> 안녕하세요, 배우 전성우입니다.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전성우>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세상에 저도 이렇게 기쁜데 출연했던 배우는 얼마나 기쁘세요?
◆ 전성우>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이게 좀 얼떨떨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어제 아침, 그러니까 어제 오전에 하나하나 수상 부문이 발표가 됐잖아요.
◆ 전성우> 예.
◇ 김현정> 처음에 극본상, 음악상 나오는데도 저는 이거면 됐다, 이거 엄청난 거다. 이랬는데 하나하나 수상 부문이 늘 때마다 출연진들 기분은 어땠을까 싶어요.
◆ 전성우> 저도 배우로서 당연히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고 진짜 이게 현실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놀랐고요. 바로 작가님한테 축하 메시지 보내드리고 그랬고 너무 멋지고 대단하고 감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어쩌면 해피엔딩 배우들의 소통방, 단톡방 같은 게 혹시 있나요?
◆ 전성우> 최근에 어쩌면 해피엔딩 창작진 두 분이 새로 만든 뮤지컬이 있어요.
◇ 김현정> 예.
◆ 전성우> 그 단체 방에서 다들 아침부터 놀라서 엄청 시끄러웠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무슨 얘기들 하셨어요?
◆ 전성우>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놀라움의 톡들이었고 서로 축하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전성우 배우가 생각하시는 이 매력은 뭡니까?
◆ 전성우> 어쩌면 해피엔딩의 매력은 아무래도 본연의 사랑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머리로 계산을 더한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랑이라는 본연의 형태에 집중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좋아하게 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사랑의 본질에 대한 얘기니까 이게 한국 토종 뮤지컬 굉장히 우리 정서를 많이 담고 있는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브로드웨이에서도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보시는 걸까요?
◆ 전성우> 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남자 주연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 전성우> 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꼈을 때의 그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정말 우리가 아는 감각을 쓰는 느낌이 아니거든요. 정말 그 감각을 처음 배웠을 때의 느낌같이 표현을 해야 되는 신이 있는데 그 신이 생각이 납니다.
◇ 김현정> 이 등장 인물들이 로봇이잖아요. 로봇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배웠을 때 그 느낌을 표현해 내는 거?
◆ 전성우> 그렇죠. 이게 사랑인지는 모르지만 이게 사랑인가? 라는 감정인 거죠.
◇ 김현정> 그걸 어떻게 표현하셨어요?
◆ 전성우> 그래서 저희도 상상이지만 어렸을 때 처음으로 배우는 그런 감정들 알아가는 과정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 극본을 받고 우리 전성우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세 번째 공연 무대에 남자 주인공으로 서신 거죠? 3연 때.
◆ 전성우> 예, 처음 초연을 올리고 앵콜 공연으로 재연이 올라갔고요. 그리고 그다음 시즌에 들어갔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때만 해도 이미 한국에서는 인기가 있었잖아요. 근데 이게 이제 브로드웨이로 간다고 했을 때 그러니까 영어로 번역을 해서 외국 배우들이 브로드웨이에 무대를 올린다고 했을 때 이 정도 사랑을, 소위 대박을 터뜨릴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 전성우> 저는 본질적인 메시지만 잘 전달이 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나 다 좋아할 수 있는 소재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토니상까지도 예상하셨어요?
◆ 전성우> 이거는 예상은 못 했는데 당연히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좋습니다. 이런 좋은 얘기들 하니까 참 좋은데요. 그 토니상의 작품상 수상하고 뭐 극본상도 쓴 박천휴 작가, 이분은 어떤 분이에요?
◆ 전성우> 박천휴 작가님 굉장히 섬세하시고 작품에 대한 애정도 집요함도 있으신 그러면서 굉장히 밝은 에너지를 가지신 분이죠. 굉장히 치밀하세요.
◇ 김현정> 치밀하세요?
◆ 전성우> 예, 그래서 굉장히 틀이 완고한 확고한 본인만의 그 라인이 있으신 것 같아요. 어떤 이 글을 정말 한 땀 한 땀 썼을 때의 그 의도를 명확하게 챙겨주길 원하는 작가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한 땀 한 땀 수놓듯이 치밀한 연기, 치밀한 극본의 표현을 원하는 작가다. 이렇게 보면 되나요?
◆ 전성우> 예.
◇ 김현정> 그렇군요. 그 치밀하게 극본을 쓴 작가도 대단하고 그걸 또 굉장히 잘 표현해 낸 배우들도 대단하고 이런 우리의 역량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쾌거인 것 같습니다. 끝으로 한국 창작 뮤지컬 많이 사랑해 주시는 우리 팬들에게 한 말씀해 주실까요?
◆ 전성우> 그 작품의 완성은 어쨌든 관객분들이 계셔 줌으로써 완성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관객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공연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되고 앞으로도 좋은 공연들이 이 세상에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요. 앞으로도 멋진 작품 많이 만들어 주십시오.
◆ 전성우>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에 남자 주인공 올리버 역을 맡았던 분이죠. 배우 전성우 씨 만나봤습니다. 지금 듣고 계신 이 음악이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판 그러니까 미국에 가서 저렇게 미국 배우들에 의해 불리고 있는 그 장면 보고 듣고 계세요. 도대체 무슨 매력이 미국까지 사로잡았을까, 어떻게 브로드웨이를 이렇게 푹 빠지게 만들었을까. 지금부터 전문가 얘기 좀 들어보겠습니다.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십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님 나와 계십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 원종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감미롭다.
◆ 원종원> 꿈꾸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진짜 좋네요. 보셨죠? 당연히
◆ 원종원> 예, 우리 말 공연을 여러 차례 봤고요. 아무래도 우리말 공연이 익숙하다 보니까 지금 보셨던 저 TV 쇼에 나와서 이제 시연하는 모습인데 그런 모습 보면서 이거 달라졌네. 이 부분은 이렇게 해석했네. 영어로 표현하니까 이렇게 바뀌는구나. 저 노래가 원래 우리 말로 할 때는 '사랑이란'이라는 노래거든요.
◇ 김현정> 사랑이란 이렇게 부르는 거예요. 전미도 씨가 출연할 때 불렀던.
◆ 원종원> 맞습니다. 정말 유명했었잖아요. 그런데 그걸 영어로 바꾸면서 'What is Love'가 아니라 'When You're in Love', 네가 사랑에 빠졌을 때라는 제목으로 바뀌었는데 그 뉘앙스가 너무 재미있어서 영어 표현으로 만들 때는 저렇게 한 게 참 독특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한국에서 불렀던 것을 미국으로 옮기면서는 어떻게 바꿀까, 그 정서를 어떻게 표현해낼까 했는데 잘 표현해 냈어요.
◆ 원종원> 무대가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데 굉장히 민감하죠. 사실 뉘앙스라는 게 너무 다르기 때문에.
◇ 김현정> 너무 다르죠.
◆ 원종원> 이걸 어떻게 표현을 하는 게 그 언어로 표현할 때 적합한지, 저도 번역을 좀 하고 있어서요. 예 오페라 유령이나 캐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제가 우리말 번역을 했었는데 그때 늘 고민했었던 게 이 단어를 넣는 게 맞을까, 직역을 하면 말이 잘 통하지 않는데 어떻게 의역을 해서 의미를 표현할까를 고민하는데 이 작품은 아예 작사, 작곡가가 한미 합작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작사가, 미국 작곡가가 작업을 하다 보니까 처음 개발할 때부터 이미 두 가지 언어로 어떻게 표현할까를 늘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
◆ 원종원> 맞습니다.
◇ 김현정> 둘이 어떻게 만나서 이렇게 콤비로 계속 작업을 한 겁니까?
◆ 원종원> 미국의 대학 중에 이제 뮤지컬을 공부하는 대학들이 많은데요. 특히 뉴욕 안에 있는 맨해튼 안에 있는 NYU라는 대학 안에 굉장히 유명한 대학원이 있어요. TC 예술학교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석사 과정 때 둘이 만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대학원 시절에 만나서 짝을 이뤄서 지금까지 쭉 작업을 한 거예요?
◆ 원종원> 맞습니다. 그런데 주로 만든 작품들이 초연이 다 한국에서 공연을 했어요.
◇ 김현정> 박 작가가 지금 마흔 몇 살이시던데 그럼 그 대학원 시절부터 만나서 둘이 계속해서 한국에서 작업을 계속해 온 거예요?
◆ 원종원> 아예 제가 알기로는 대학원 과정에서 둘이 처음 만든 작품이 우리나라 영화를 가져다 만든 뮤지컬이었었어요. 번지 점프를 하다.
◇ 김현정> 그것도 굉장히 큰 인기 얻었었던.
◆ 원종원> 엄청나게 사랑받았었던 작품인데요. 그 작품부터 시작해서 작년에는 일 테노레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성악가 이야기를 다룬 작품까지 우리 무대에서 처음 탄생시키고 발굴시키고 성숙시키는 그런 경력을 보여주는 콤비였었고요. 이번에 그 결실이 토니상에서 맺혀졌다고까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김현정> 보시니까 어떠셨어요? 어쩌면 해피엔딩. 재미있어요?
◆ 원종원> 이 작품은 사실 한 번 보기 아까운 작품이에요.
◇ 김현정> 너무 재밌어요?
◆ 원종원> 공연이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나 이제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연출자가 화면의 구성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샷의 구성이라고 보통 얘기하는데.
◇ 김현정> 어느 쪽에서 비칠까, 이런 것들. 카메라 각도며.
◆ 원종원> 근데 무대는 열린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남자 주인공 열심히 보고 두 번째 볼 때는 여자 주인공 열심히 보고 세 번째 볼 때는 전체 무대를 같이 보고 네 번째 볼 때는 음악 듣고 이런 분들이 굉장히 많으세요. 게다가 그날의 습도, 온도, 날씨 어떤 성격의 공연장에 온 관객들이 있느냐에 따라 웃는 포인트들도 다 달라지거든요.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까 이런 어쩌면 해피엔딩 같은 작품은 회전문 관객, N차 관객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 김현정>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몇 번 보셨습니까?
◆ 원종원> 저는 한 10번쯤 본 것 같고요.
◇ 김현정> 10번 보셨어요?
◆ 원종원> 왜냐하면 배우들이 또 바뀌잖아요. 5번이나 앙코르 공연이 올려졌었기 때문에 저희 공연 마니아들 사이에선 그런 농담도 많이 합니다.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공연장 다녀오겠습니다가 아니라 집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농담할 정도로.
◇ 김현정> 세상에, 그런 정도 작품이군요.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한 게 입소문을 타고 결국 브로드웨이까지 가서 이렇게 일을 냈어요, 정말.
◆ 원종원> 아무래도 한미 합작의 콤비가 만든 작품이다 보니까 일찌감치 영미권으로 진출하려는 노력들이 준비가 됐었고요. 사실 이제 느닷없이 나온 것은 아니고 2016년부터 계속 독회라고 보통 얘기합니다. 정식 공연이 아니라 리딩이라고 해서 대본하고 음악만 들려주는 자리도 갖고 이렇게 하나씩 둘씩 성숙시켜가면서 올해 이런 성과로 이어지는 데까지도 아주 차근차근 준비를 해서 성장한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토니상 10개 부문 후보로 올랐고 6개 부문 수상. 이게 공연계에서는 어느 정도나 되는 성과입니까?
◆ 원종원> 보통 미국 문화 산업이 주는 대표적인 상들이 있습니다. 제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각 분야의 상들인데요. 영화는 오스카상 또 제가 어렸을 때는 아카데미상이라고 많이 불렀었던.
◇ 김현정> 그렇죠, 아카데미 오스카상.
◆ 원종원> 대중음악은 그래미상, 우리 BTS가 다 받았는데 이것만 못 받았어요.
◇ 김현정> 맞아요.
◆ 원종원> 아시아 사람으로 받은 건 제가 기억하기로는 딱 한 사람밖에 없는데 그것도 가수가 아닙니다.
◇ 김현정> 누구예요?
◆ 원종원> 오노 요코.
◇ 김현정> 오노 요코, 재즈 하시는?
◆ 원종원> 존 레논 부인. 그래서 같이 남편하고 노래 불러서 딱 받은 아시아인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기록으로 알고 있고요. 그리고 이제 텔레비전 분야에 주는 상은 에미상. 그리고 무대에 주는 상은 토니상. 이건 받는 것뿐만 아니라 후보만 돼도 자기 이력서에 꼭 쓸 정도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들이고요. 어제도 시상식 때 좀 재밌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수상 소감은 1분 30초만 말씀하세요.
◇ 김현정> 그건 무슨 말.
◆ 원종원> 여기 올라가면 일생일대의 기회니까 하염없이 감사를 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엄마, 아빠 감사하고 감독님 감사하고 우리 쪼꼬한테도 쪼꼬는 저희 집 강아지인데요. 얼마 전부터 다리. 이런 얘기를 하염없이 얘기를 하시니까 한 1분 30초가 되면 뒤에서 음악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 김현정> 그럴 정도로 대단한 무대, 영광스러운 무대.
◆ 원종원> 그렇죠. 아티스트한테는 여기 한번 올라가서 상받는다는 거는 정말 꿈에서나 가능한 일인데 이걸 6개나 받았으니까 어제는 한국 뮤지컬의 날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김현정> 그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탄 거 정말 엄청난 쾌거였는데 공연 문화계에서는 노벨문학상에 견줄 만한 이 정도 느낌으로 보면 됩니까?
◆ 원종원> 이 이상은 없다고까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제가 어렸을 때 공연 한참 좋아하고 20대 때 돌아다닐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죽기 전에 우리나라 작품이 토니상 받는 거 내가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죽기는커녕.
◇ 김현정> 건강하세요, 지금. 오래 사실 거 같아요.
◆ 원종원> 예, 건강할 때 봐서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 김현정> 이제 궁금한 건 사실 지금까지 뮤지컬은, 저는 뮤지컬 잘 모릅니다만 외국에서 만든 뮤지컬 캐츠 뭐 이런 것들 또 뭐 있습니까? 외국에서 만든 오페라의 유령 이런 것들을 우리가 가져다 각색해서 그걸 무대에 올리는 거 늘 이런 식이었는데 어떻게 우리가 창작 뮤지컬로 이렇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는가, 어떤 점이 강점이었던 겁니까?
◆ 원종원> 물론 우리나라 민족성도 좀 잘 발휘가 됐다고 볼 수 있겠죠. 이야기 좋아하고 음악 좋아하는 거야 워낙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한 우리의 특징 중의 하나인데요. 그의 또 못지않게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발전하게 된 데에는 인력들 그런, 크리에이티브 인력들이 아주 풍부하다는 부분도 큰 힘으로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맨 파워요?
◆ 원종원> 그렇죠. 사실 시장 규모로만 얘기하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은 일본 시장이거든요. 우리나라의 거의 한 3배 정도 크기를 자랑하는데 일본 시장만 해도 사실 그런 일본 콘텐츠가 주를 이루다기보다는 말씀하신 것처럼 수입 뮤지컬, 번안 뮤지컬 같은 것들이 인기를 누리는 시장이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약 1년에 막을 올리는 작품이 서울 같은 경우 한 180여 편에 이르는데 이 중에 한 70%가 창작 뮤지컬, 한국 뮤지컬들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 원종원> 하지만 시장 안에서 주를 이루는 거는 수입 뮤지컬이기는 해요. 그러니까 대형 공연장 같은 경우에는 말씀하신 그 대형 작품들이, 외국 작품들이 막을 올리고 있는 반면 창작 뮤지컬들은 소극장 한 300석 남짓한 극장에서 막을 올리고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좀 차이가 있지만 아마 이번 어쩌면 해피엔딩을 계기로 이제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 더 크게 발전하고 대극장 작품도 이제 머지않아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됩니다.
◇ 김현정> 결국 맨 파워. 좋은 인력들이 지금 문화계로 가고 있잖아요.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문화계로 문화계로 가고 있는 이것이 만들어낸 힘 이게 첫 번째라고 보시는 거군요.
◆ 원종원> 공연장을 갈 때마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떻게 저런 아이디어로 저런 이야기를 무대에 올릴 수가 있을까. 한국 사람들 너무 재밌어요. 조금 있으면 대구에서 축제가 또 열려요.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이라는 행사가 열리는데 여기서 저는 너무 좋아하는 그 프로그램이 창작 지원작 프로그램이라는 내용이거든요. 아직 한 번도 상업화되지 않은 공연들이 대구에서 막을 올립니다. 거기 가서 그 작품 만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기발하고 재미있고 좋은 배우들과 크리에이터들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결과물들 올해는 어떤 도전과 실험들이 등장할까 만나는 게 너무 재미있는데 그런 것들이 우리 뮤지컬의 생명력을 키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김현정> 근데 교수님 뮤지컬 티켓이 좀 비싸요.
◆ 원종원>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이게 막 편하게 접근하기에는 좀 높은 진입 장벽이 있거든요. 그래서 더 뮤지컬이 성장하려면 뭔가 그런 부분에서도 좀 지원이라든지 뭐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어떻게 보세요?
◆ 원종원> 저도 공감을 하고요. 저는 가끔 그런 표현을 씁니다. 이제 분갈이 해야 될 때 됐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원종원> 화초가 잘 자라면은 뿌리가 더 성장하게 되고요. 같은 화분 안에서는 그 성장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또 큰 화분에 옮겨 담아줘야 더 튼실한, 건강한 생태계도 조성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 우리나라 뮤지컬이 좀 마니아, 애호가 중심의 문화였다면 저는 좀 대중화시킬 필요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티켓 가격도 좀 충분히 우리가 접근하기 용이한 수준으로 조정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장기 공연 시스템 같은 것들도 좀 들어올 필요가 있다.
◇ 김현정> 그렇죠.
◆ 원종원> 스타 위주로 단기만 단기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요. 안정적인 공연 기간을 확보해서 규모의 경제도 이루고. 실제로 지금까지 인류 역사상 모든 문화 산업 중에 티켓을 가장 많이 판 건 뮤지컬이거든요.
◇ 김현정> 그래요?
◆ 원종원> 영화가 아니에요. 라이언킹입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9조 4,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
◇ 김현정>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 원종원> 예. 이게 오픈런이라고 해서 종연을 결정하지 않고 공연을 계속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건데 우리도 이제 그런 변화를 꿈꿔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쾌거를 다시 한번 축하하면서 원종원 교수님과 인사 나누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원종원> 감사합니다.
※ 내용 인용 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