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뉴스쇼

표준FM 월-금 07: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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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 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십시오."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4/9(금) "집 못찾겠어요" 꿀벌의 눈물, 왜?
2021.04.09
조회 822
*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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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부교수)



꿀벌, 태양의 위치로 길 찾는데..
미세먼지, 황사로 길 찾기 어려워
집으로 가는 비행 시간 2배 늘어
꿀벌에 초소형 장치 달고 측정
꿀벌, 꽃 수분에 역할..생태계 영향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꿀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봄철 하면 떠오르는 불청객 바로 황사와 미세먼지. 중국에서는 10년 만에 최악의 황사가 지난 3월에 발생해서 수십명 실종하고 사망자까지 나오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 황사나 미세먼지로 괴로운 건 우리 인간뿐이 아닙니다.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마스크라도 쓰고 다니지 동물들은 마스크도 없이 이게 무슨 이유인지 모른 채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데요. 꿀벌도 그렇습니다. 최근에 한 연구팀이 주목할 만한 연구를 발표했는데요. 대기오염 때문에 꿀벌들이 꽃을 못 찾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간의 식량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경고를 했습니다. 무슨 얘기인지 이 논문을 발표한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에게 직접 들어보죠. 정 교수님, 안녕하세요.

◆ 정수종>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아니, 꿀벌이 꽃을 못 찾아간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 정수종> 꿀벌이 길을 찾는 데 가장 중요한 정보가 바로 태양의 위치입니다. 꿀벌은 태양 주위로 나타나는 편광을 보고 길을 찾아갑니다.

◇ 김현정> 편광.

◆ 정수종> 네. 애초에 태양으로부터는 빛은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고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고 있는데요. 공기 중에 산소 같은 입자랑 부딪히면 특정 방향으로 치우쳐 진동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치우친 빛을 편광이라고 부르는데요.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쉽게 말해 깨끗한 대기 상태에서는 100%에 가까웠을 편광의 세기가 미세먼지가 높은 공기에서는 최대 한 15% 정도까지 약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꿀벌이 편광을 식별하기 어렵게 되면서 태양의 위치를 못 찾으니까 집으로 돌아가기 힘들어지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니까 꿀벌들은 우리처럼 눈으로 여기 꽃이 있구나, 사물이 있구나 이렇게 보면서 가는 게 아닌가 봐요?

◆ 정수종> 그렇게 보면서 가는데요. 자기 위치를 어떻게 기억해야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태양의 위치를 먼저 찾고 그 태양의 위치와 자기 집, 그다음에 태양의 위치와 꽃 사이의 거리, 각도를 기억해 놨다가 한 시간이 지났을 때 태양의 각도가 이만큼 변했을 것이다 기억하고 있다가 다시 돌아가는 거죠.

◇ 김현정> 집까지 돌아가는 길을 우리처럼 내비게이션 켜놓고 갈 수는 없는 거니까 편광이 이 지점에서는 이런 각도였어, 저런 각도였어, 이걸 기억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 정수종>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편광이 미세먼지, 황사 때문에 흐트러지면서 꽃을 찾는데, 집을 찾는 데 곤란을 겪고 있다는 얘기군요.

◆ 정수종>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실제로 조사를 해 보시니까 꿀벌들의 비행시간이 실제로 길어졌던가요?

◆ 정수종> 네. 저희가 연구를 수행할 때 큰 황사가 왔었는데 큰 황사 전에는 45분 정도면 집으로 돌아왔는데 32분 정도 더 늘어나서 한 77분 정도로 있다가 집에 오게 된 거죠.

◇ 김현정> 거의 2배가 걸렸네요, 집으로 돌아오는데.

◆ 정수종>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꿀벌 400마리를 조사하셨다고요?

◆ 정수종> 네. 저희가 무선 주파수 인식 시스템, RFID라고 하는 초소형 장치인데요. 꿀벌의 가슴에 부착해서 벌집을 출입하는 시간을 수집하는데요. RFID라고 하는 건 우리들이 사용하는 교통카드 같은 거 있잖아요. 지하철역 들어갈 때 찍으면 시간이 찍히잖아요.

◇ 김현정> 출퇴근카드 찍고 할 때도 쓰는 거.

◆ 정수종> 네, 맞습니다. 그래서 버스 타고 내리는 시간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일벌들한테도 붙여놓으면 세밀히 나갔다 들어오는 시간을 계산할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과학적으로 시간을 체크하신 거네요. 그래서 조사를 했더니 한 2배가량의 시간이 더 걸리더라.

◆ 정수종> 네.

◇ 김현정> 그런데 꿀벌의 비행이 이렇게 어려워지면 너희들 힘들겠다,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식량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셨어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연결이 됩니까?

◆ 정수종> 꿀만 사라지면 정말 다행일 것 같고 꽃을 피우는 모든 식물의 대략 한 90% 정도가 생식을 위해서 이제 꽃가루를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겨주는 곤충을 필요로 하거든요. 미세먼지로 벌이 영향을 받으면 식물로부터 여러 생태계 서비스를 얻는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라고 할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꿀벌 비행시간 2배가 더 걸렸네. 얘네들 피곤하겠어가 아니라 이것이 결국 생태계의 지도 자체를 흔들어버릴 수 있는, 결국은 그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있는 인간에게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말씀이에요.

◆ 정수종> 네.

◇ 김현정> 이야기를 다시 해법이 뭔가로 돌려보자면 결국 미세먼지 농도 낮추는 일, 대기오염 줄이는 일, 환경 살리는 일이네요.

◆ 정수종> 네.

◇ 김현정> 오늘 교수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정수종>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