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316월 내가 발을 딛는 곳에서 발걸음은 시작되는 것
그대아침
2026.03.16
조회 144
실내 암장에서 록 클라이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직 초급 수준인 나에게 클라이밍 강사가 야외에 나가 직접 암벽을 타보면
실력이 훨씬 많이 늘 것이라고 했다. 솔깃해진 나는 처음으로 볼더링이라는 것에 도전했다.
아주 크고 넓은 바위, 절벽처럼 깎아지른 바위를 벽을 쳐다보듯 마주 대하고 있는데
함께 간 암벽 전문가들이 이곳을 오르는 거라고 설명해준다. 
그들에게는 그저 하나의 바위일지 몰라도나에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다. 
그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을 수밖에.

내가 오를 차례가 되어 바위 앞에 선다. 발을 디딜 곳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 
강사가 한 이 밀리미터 정도 보이지도 않게 살짝 튀어나온 곳을 짚는다. 
하얀 초크 가루가 찍힌 곳을 가리키며 “발.” 그런다.
그곳에 발을 갖다 대고 어떻게든 딛고 올라서야 한다. 도망갈 방법이 없다.
나는 일단 초크가 찍힌 곳에 발을 갖다 댔는데 신기하게도 정말 발이 디뎌진다.
손바닥에 힘을 주고 팔 힘으로 몸을 일으키니 몸이 올라간다.
미끄러질 것 같았는데 한 발을 그렇게 딛고,
다른 한 발로 벽을 밀어내면서 바위에 오른다.

아래에서 올려다봤을 때는 발을 디딜 곳이 전혀 없었는데,
고작 종이 열장 정도 되는 두께로 작게 튀어나온 바위를 딛고도 오를 수 있다니.
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디뎌지는구나.
어쩌면 그 두께는 마음이 변화될 수 있는 두께인지도 모른다. 
홈이 많이 파져야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은 그만큼 두꺼워 변하기 어렵고,
종이 한 장 두께라도 그걸 딛고 오를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남보다 조금 더 쉽게, 목적하는 곳에 오를 수 있나 보다.

발을 디딜 곳이 있어서 딛고 올라서는 게 아니다. 
내가 발을 딛는 곳에서, 그곳에서 올라서면 된다.
정상을 향한 내 발걸음은 시작되었다.

*이애경의 <나를 어디에 두고 온 걸까>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