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202월 여행의 목적은 무엇일까? 거창한 목표 완수는 아닐 것!
그대아침
2026.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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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다섯 살짜리 두 딸과 셋이서 유럽 여행을 떠났던 때의 일이다.
사정상 애엄마는 함께 갈 수 없게 되었는데도 걱정 말라고 큰소리를 치며 떠났다.
평생 언제 아이들과 유럽에 다시 올까 하는 생각에 
미술관, 박물관, 유적지 등 남들이 좋다는 곳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자동차를 렌트하여 트렁크에 전기 밥솥, 참치 캔, 김, 카레 등을 싣고 다니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밥을 해먹었다. 

야심차게 로마에 입성했다. 땡볕에 포로 로마노를 걷고 걸었다.
카이사르라도 된 양 감회에 젖어 있는데, 큰애의 한마디.
“아빠, 무너진 돌무더기를 왜 자꾸 봐야 해?”
돌아보니 두아이 모두 볼이 빨갛게 익고 머리는 산발이었다.
여자아이의 머리를 종종종 이쁘게 묶는다는 것은 내 둔한 손으로
피에타를 조각하는 것과 같은 일이기에 늘 긴 생머리였던 것이다.
지치고 짜증난 둘을 젤라토로 달래며 바티칸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날 밤 민박집에서 지쳐 쓰러진 아이들 머리맡에 앉아 자책했다.
유럽에 원수진 것도 아닌데 왜 생전 다시는 안 오는 걸 목표로 클리어를 하고 있을까.
그때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에서 읽은 구절들을 불현듯 떠올렸다.
“근대화가 우리 머릿속에 새긴 집단적 무의식인지 또는 자본주의의 의식화인지 모르겠으나
우리에게는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다. 노는 것은 항상 죄악시됐다.”
“나는 호모 루덴스이고 싶다. 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놀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놀면서 이 세상에 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놀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여행은 숙제가 아니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지
무슨 거창한 목표 완수가 여행의 목적이 아니다. 아마 인생도 그럴 것이다.
로마를 떠나 오스트리아로 천천히 달리며 무조건 아이들이 서자는 곳에 섰다.
이름 모를 시골 동네 놀이터가 보이면 무작정 멈추고 아이들이 싫증낼 때까지 놀았다.
서울에도 있는 놀이터인데 시간이 아깝지 않았냐고?
서울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 때는 내가 없었다.
머나먼 이국이지만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있다. 

*문유석의 <쾌락독서>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