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807목 불행은 불가항력, 그러나 행복은 노력으로 피워내는 빛
그대아침
202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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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팅 힐>에는 친구들이 모여 생일파티를 하던 중
한조각 남은 브라우니를 놓고 서로 자기가 먹겠다며 다투는 장면이 있다.
마지막 브라우니는 가장 안쓰러운 사람의 몫으로 하자며 각자의 불운을 겨룬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으면서 질병이나 가난, 이혼 같은 서로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스스로를 농담의 소재로 삼는다. 근사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에게도
힘든 일은 벌어진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수긍한다.
여전히 진행 중인 각자 삶의 문제들을 끌어안고 모인 저녁이지만
곁에 친구들, 좋은 대화, 달콤한 브라우니가 있다.

다 써놓은 여행 책은 코로나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고, 트위터에서는 사이버 불링을 당했고,
11년 함께 산 고양이가 세상을 떠났으며, 엄마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느라 한 달 정도 입원을 했다.
처음 시도해본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인터뷰 시리즈 '멋있으면 다 언니'는
카카오페이지 비소설부문 최초로 30만뷰를 넘겼고, 독자들이나 콘텐츠 업계 종사자들로부터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하지만 댓글을 확인하는 뿌듯함과 즐거움의 뒤로는
뭔가 오보나 사고가 있지 않을까 신경이 극도로 뾰족해졌다.
연재 기간의 막바지에는 마라톤 후반 레이스처럼 에너지가 고갈됨을 느꼈다. 

거세게 불어오는 올해의 폭풍 속에서도 작은 촛불처럼 빛나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고양이를 화장하고 돌아오던 날 죽을 쑤고 밥을 포장해와 함께 울어주던 친구들.
락다운 된 뉴욕에서 고립되어 혼자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 우쿨렐레와 리코더로
'해피 버스데이'를 연주해주던 일, 엄마가 수술실에서 나올 때 느꼈던 안도와 감사 프로젝트를 마치고
함께 일했던 사진가에게 편지를 쓸 때 그런 줄도 모르고 있던 내 마음이 문장이 되어 나왔다.
불행은 밖으로부터, 불가항력적인 힘으로 닥쳐온다. 반면 행복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작고 소중한 반짝임들을 떠올려보면 다른 사람이 호의로 나에게 건네주거나
내가 다른 이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애써 피워낸 빛들이었다.
언제든 다시 친구들과 브라우니를 앞에 두고 마주 앉을 수 있다면,
이런 시간을 견디고 적어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한껏 축하해야 할 것 같다. 

*황선우의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