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불행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행복이 무엇인지, 불행이 무엇인지 나누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내 삶을 행복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나는 불행했다. 불행하다는 것. 힘들다는 것. 우울하다는 것은
딱히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더 힘들다.
과도한 업무로 몸이 무척 지쳐 있었다. 꾸준하게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병원에
실려 갔어도 이상하지 않을 환경이었다. 불안했다. 내가 가진 얼마 안 되는
것들이 순식간에 무너질까 두렵기도 했고 중간중간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하게 들기도 했다. 다시 아픈 사람이 되고 있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아팠던 기억과 지우고 싶은 순간을 꺼내 글로 풀어내는 건
익숙해졌어도 마음속에 깊게 들어갔다 나오면 휴식이 필요하다.
깊은 바다로 잠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깊이 들어갈수록,
낡아진 아픔과 빛이 바랜 행복을 들고 수면 위로 올라와 글을 적을수록 잠시 쉬어야 한다.
음이 지치고 있다는 건 티가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적당히 열심히 살았다 싶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위로해줘야 한다.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다음 날 늦게까지 잠을 잤다. 나태하게 종일 누워 있다가 쿵쾅거리는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하고 다시 낮잠을 잤다. 저녁쯤 일어나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오랜만에 요리를 했다.
혼자 먹었지만 맛있는 저녁을 챙겨 먹고 좋아하는 카페로 가서 느긋하게 책을 읽었다.
다음 날에는 동료들을 만났다. 그날은 최대한 가벼운 차림새로 만났다.
그냥 걸었고, 수다를 떨었고, 마시고, 나누고, 장난을 치다가 같이 잠들었다.
며칠 쉬었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지만 그전과 달랐다. 세상이 조금 깨끗하게 보였다.
불행하다는 것에서 조금 벗어난 느낌이었다. 그때 좀 알 것 같았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땐
내 시선 그대로 살았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보느라 고개를 너무 들지 않고
지나간 것을 놓지 못해 고개를 너무 내리지도 않고 시선 그대로 사는 것.
내 시선에 머무는 것을 더욱 자세히 사랑하는 것.
행복해지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한다.
*박근호의 <비밀편지>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