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717목 세상에 섬세하게 스며들다가 자신만의 빛깔로 비추길
그대아침
2025.07.17
조회 167
물에 풀면 푸른 물이 풀린다 하여 물푸레나무, 그게 내가 알고 있던 
물푸레나무에 관한 상식의 전부였다. 그러나 정작 한 번도 물에 풀어 본 적은 없었다.
어느 초여름 싱싱하게 물이 오른 물푸레나무 가지를 물에 풀어 보기로 했다.
숲가 계곡으로 들어서니 푸르른 물푸레나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지 하나를 잘라 준비하면서 이 딱딱한 나뭇가지에서 어떤 느낌으로
푸른 물이 풀리는지 너무나 궁금했다. 아는 건 아는 거고 해 보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다 아는 것 같아도 막상 체험해 보면 남다른 기억으로 남는 게 자연이다.
그래서 식물들의 꽃이나 열매를 만나면 보고, 만지고 향기 맡고, 먹어보고
최대한 그 친구를 잘 알 수 있도록 오감으로 느껴 본다.
종종 자연의 빛깔과 향기와 맛에서 예상치 못한 황홀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그때부터 그냥 그러려니 하던 것들이 갑자기 특별해지는 순간들을 맞는다.
한번 상상해 보시길. 세상 여기저기에 내게 특별한 것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는 
그 기적같은 날들을.

숲의 가려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건 얼핏 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과
다름없다. 물푸레나무를 물에 풀어 보고 난 다음부터 물푸레나무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그 경이로움이 눈을 감아도 보이는 듯하고 그 아름다움을 만난 순간이 문득문득 그립다.
마치 쉽게 만나기 어려운 너무도 아름다운 사람 하나 스쳐 지나다 만났던 것처럼.

우리가 세상에 스며들 때 이 물푸레나무 같았으면 좋겠다. 처음엔 특별히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튀지 않고 아주 섬세하게 서서히 스며들다가,
점차 자신만의 아름다운 빛깔로 서서히 안개가 번지듯 주변을 감싸고 어느새 
세상 풍경을 비추어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물푸레나무가 물이 좋아 물가에 살 듯, 삶이 좋아 그 속에 발을 담그고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다.
때론 나만의 특별한 빛깔로 뜻하지 않은 감동을 주고 더불어 다른 이들의 삶도
아름답게 담아내는 그런 삶이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매일 바라보는 것을 닮는다. 물푸레나무 아름다운 푸른 빛을 오래 들여다보며
나는 요즘 무엇을 바라보며 닮아가고 있는지 고요히 되돌아본다.


*남영화의 <숲에서 한나절>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