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훌쩍 여행을 다녀오거나 고작 이틀 정도 본가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리듬은 쉽게 무너집니다. 그럴 때마다 리셋을 위한 시간을 갖습니다.
리셋이라고 하면 한바탕 청소를 하거나 한숨 푹 자는 것, 차를 마시는 등
구체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리셋이 '동사'의 문제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사람마다 일상의 리듬을 되돌리기 위한 행동은 제각각일 테니까요.
사실은 '부사'의 문제가 아닐까요?
제주 여행을 다녀온 뒤로 또 한 번 생활의 리듬을 바로잡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러다 문득 리셋을 위한 단순한 법칙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어떤 것을 '뭉근히' 하는 것입니다.
평소 하던 것들을 도장깨기 하듯 척척 해내는 것이 아니라,
평소와는 다른 속도와 밀도로 해 보는 것입니다.
'뭉근히'의 뜻은 이렇습니다. '세지 않은 불기운이 끊이지 않고 꾸준하다'.
저는 '뭉근히'라는 말을 들으면 냄비에 잼을 천천히 저으며 오랫동안 졸이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리셋을 위해서는 바로 잼을 끓일 때와 같은 농후한 밀도와 여유로운 속도가 필요합니다.
평소 샤워를 할 때 거품을 쓱쓱 묻혀 5분 만에 마쳤다면,
리셋을 할 때는 10~20분 들여 뭉근히 해 봅니다.
따뜻한 물로 몸을 천천히 예열하고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문지릅니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는 30분씩 짤막하게 읽는다면,
소파에 앉아 1-2시간 정도 뭉근히 읽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뭉근히 일기를 써도 좋고, 뭉근히 커피를 마셔도 좋고, 뭉근히 식사를 해도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 다른 일은 조금 미뤄두어도 괜찮습니다.
비유하자면 과일과 물, 설탕 등의 재료들을 너무 작지도 세지도 않은 불로 차분히 졸이면서
점점 부드러운 잼의 형태로 만들어 가듯,
낯선 정보로 마구 뒤엉킨 비일상을 차분히 휘저어가며 풀어내는 것입니다.
오늘의 할 일을 평소보다 뭉근히 잼을 졸이듯 해 보면 어떨까요?
어느덧 일상 속에 안전하게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소원의 <오늘의 기본>중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