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0금 우리의 추억이 담겨있는 골목길, 함께 지켜가요~
그대아침
2025.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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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을, 공동체 모임 '우리 동네 가회동에서 주최하고 '내셔널트러스트'에서 주관한
가회동 한옥 오픈 하우스에 다녀왔다.
요즘은 쉽게 보기 힘든 한옥 일곱 곳의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행사였고,
그중 일부는 주민들이 실제로 생활을 하는 곳이었다. 찾아온 사람들에게
직접 만든 부침개도 주시고 따뜻한 매실차와 감도 먹으라고 내어주셔서
정겹고 아늑한 한옥 마루에 앉아 먹는데 따뜻한사람 냄새가 났고,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조용하던 골목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실제로 생활을 하는 주민들에게는
여러 가지 불편함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매일같이 너무 많은 사람이 골목을 가득 메워 웅성웅성 시끄러워서
휴식을 취하기 힘들고, 쓰레기가 많아졌다고.
문이 조금만 열려 있어도 가정집 안으로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잔디를 밟고
물건에 손을 대거나 사진을 찍어대는 통에 무척 스트레스를 받는다고도 하셨다.
요즘 어떤 동네에서는 몰려드는 관광객과 소음 때문에 불편을 느낀 주민이
계단에 그려져 있던 벽화도 지웠다는데, 이해가 전혀 안 가는 일은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예의와 배려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느꼈다.
나는 가회동 한옥 골목을 걷고 있으면 시간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든다.
예전에는 참 흔했던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걸으며 어떤 길이 어떤 길과 연결이 되는지
예상해보기도 한다. 생각도 못 했던 공간과 만나기도 하고, 막힌 길과 만나서
돌아 나올 때도 있다. 벽이 너무 오래되어 시멘트로 거칠게 덧대고 덧댄 돌담을 보며
시간의 흐름을 느껴보기도 한다.
오래된 가옥들이 가득한 골목길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정성껏 쌓이고 쌓여 보관된 타임캡슐 같다는 느낌도 든다.
삐뚤빼뚤할지언정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고, 시간의 때가 묻어
꼬질꼬질하지만 단단하고 든든하다.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은 지키기는 어렵지만 사라지기는 너무 쉽다.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기에 아름답다.
*박정은의 <공간의 온도>에서 따온 글.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