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2목 엄마, 마음의 키 알아요?
그대아침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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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오의 말문이 늦게 트이는 것이 내내 고민이던 아픈 날들이 있었다. 
“아이가 아직 말을 못 해요.” 하면 “말문이 늦게 트이는 아이들이 있어요.” 
라는 나름대로 위로의 말이 돌아왔다. 그마저도 시간이 더 지나니 
“아이가 몇 살인데요?” 라며,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나와 아이를 번갈아보는 일이 생겼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빠와 형의 말을 잘 알아듣고 예쁜 표정과 귀여운 손가락으로 답을 하던 날들도.
이상한 시선 앞에서 아직 아이가 말을 못해요. 라고 덤덤하게 말하던 날에도
내 안에서는 불안이 자꾸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말문이 트이면 보내려던 어린이집에 서둘러 등록을 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긴 시간 언어센터를 다니며 많은 친구를 보았다.
발달장애와 언어 지연을 함께 수업하는 곳이었지만 장애 치료나 특수학교 입학을 위해 오는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 많았고 그 친구들의 덤덤한 고충과 굳은살이 된 상처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내 마음과는 다르게 태오를 보며, 
도대체 이 아이는 여기에 왜 와요? 하고 쌀쌀맞게 묻는 사람도 있었고 
부럽다는 한마디를 해놓고 그 이후로는 인사도 안 받아주던 사람도 있었다. 
나의 깊은 사정이 모든 사람에게 다 이해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곳에서 배웠다.
그 안에서도 이방인 같았던 나와 태오에게 쏟아지던 눈빛들이 버거워 
수업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그곳에 가는 것 자체가 힘든 날도 많았다. 

말이 더뎠을 뿐 마음의 키가 쑥쑥 자라 있던 태오는 말이 키를 키우자 
그 누구보다도 자기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생각을 말로 그려낼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났다. 소리를 만드는 일에도 공부가 필요할 만큼 어려웠던 태오지만,
그 덕분에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 예쁘게 말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이듬해부터 다니게 된 유치원 선생님께서는 태오에게 재미난 이야기 박사라는 별명을 지어주셨다.
“태오의 이야기들은 정말 기발하고 재미있어요.
그래서 태오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친구들이 정말 재미있게 들어요.” 하셨을 때 
정말이지 너무나 기뻤다. 
어느 날 문득. “엄마 마음의 키 알아요? 따뜻한 마음이 여기에 자꾸 자라는 거예요.” 하며
제 가슴에 가만히 손을 대보던 우리 고마운 태오.

*김수경의 <소박하고 근사하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