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711금 언제 다시 달아날지 모를 행복, 온전히 누리기를
그대아침
2025.07.11
조회 213
살면서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였는지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대답을 들어보면 신기하게도 작고 사소한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비싼 물건이나 자극적이고 강력한 순간보다 사소하지만 긴 시간 속에 행복이 녹아 있었다.
나는 열한 살 무렵 좋아하지도 않는 영어 학원을 억지로 다녔다.
하교 후 제 몸집만 한 책가방을 메고 쫄래쫄래 학원에 뛰어가 잘 모르는 알파벳을
혀로 굴려가며 집중하는 척했다. 지루한 수업 시간을 견디는 방법은 살짝 졸면서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뿐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좋은 일이 생기면 있는 그대로 기뻐할 줄 아는 그 시절의 순수한 나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어느 날 수업 중에 똑똑 노크와 함께 문이 열리고 학원 안내 데스크 선생님이 들어왔다.
“현녕아, 지금 바로 책가방 챙겨서 내려와 부모님 오셨다.” 
그 한마디가 망해가는 세상을 구하는 장군의 한마디보다 크고 값졌다.
싱글벙글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삐죽이는 입꼬리를 훤히 드러낸 채 학원을 나섰다.
엄마가 보조석에 앉아서 창문을 내리곤 얼른 차에 타라고 손짓했다.
회사에 계셔야 할 아빠는 운전석에서 비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뒷좌석에 탄 여섯 살 동생은 “누나야, 우리 어디 가게?”라며 상기되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아했다.  “아빠 우리 어디 가?” “녕아, 놀이동산 가자.” 
우와!!! 하늘을 날아갈 듯이 좋았다. 살면서 그때만큼 환희에 가득 찬 적이 있었나?
지금의 나였다면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부터 '아빠는 오늘 회사에서 잘린 걸까?'
'그런데 학원 빠지면 다음 수업 진도를 따라갈 수 있나?'까지
그 이면과 이후의 모든 일에 신경 쓰며 그 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좋은 일이 생기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수함이 다시금 살아났으면 좋겠다.
인생은 온통 무지갯빛이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가 되어버렸고,
하루가 행복하면 사흘쯤은 무미건조하고 이틀은 끔찍하게도 불행하다는 것쯤은 알아버렸다.
그래서 더욱 그 소중한 하루의 기쁨을 보내버리고 싶지 않다.
혹시 지금 당신에게 좋은 일이 찾아왔는가.
언제 다시 달아날지 모를 그 행복을 있는 그대로 완전히 누리기를,
그 가득 찬 환희로 불행이 찾아올 때까지 온전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기를.

*손현녕의 <나는 당신을 편애합니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