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으로의 여행을 권하는 사람들이 있다. 낮에는 모래와 태양,
밤에는 칠흑 같은 하늘과 쏟아지는 별만이 전부인 그곳.
극단적인 자연에 둘러싸여 절대 고독과 마주하게 되면
비로소 내가 사는 세상과 나의 모습이 선명해진다고들 했다.
2017년 2월, 사하라 사막 투어를 위해 모로코의 작은 도시 메르주가에 도착했다.
우리가 묵은 호텔의 주인장은 사막에서의 일정을 설명한 다음
최소한의 짐만 챙기라고 조언했다.
사막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고 모래 산을 올랐다.
200m밖에 안 되는데 한 발짝 오르면 반 발짝은 다시 모래 속으로 빠졌다.
낑낑거리며 힘겹게 오르는 우리를 뒤로한 채 모로코 현지 가이드는 사뿐히 날아 올라갔다.
중력을 역행하는데 디디고 있는 바닥마저 내 몸을 지지하지 못하자,
미용과 건강의 관점에서만 고민했던 몸무게가 갑자기 사유의 주제로 다가온다.
어쩌자고 이렇게 많은 무게를 짊어지고 살았을까? 푹푹 빠지는 모래 발자국을 보며
내 몸무게를 원망했다. 체중계의 숫자나 터질 듯한 바지를 통한 인식과는
다른 차원의 원망이었다. 내 인생 여정이 버거웠던 이유를 알겠다.
해가 지자 사막은 급격히 식었다. 가지고 온 옷을 몽땅 껴입고 사막에서의 밤을 맞이했다.
모로코인들이 준비한 저녁을 먹고 그들이 연주하는 곡을 감상했다.
이제 춥고 적막한 밤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두커니 앉아 침묵하고 사색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곧,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우리가 사막까지 가는 이유는 바로 그 시간 때문이다.
보이는 것은 깜깜한 하늘과 쏟아지는 별뿐.
나는 별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는 부시맨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도시인은 이제 거의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그 소리.
밤새 나를 압도하던 사막의 기운 속에는 분명 낮에는 없던 다양하고 흥미로운 속삭임이
흘러넘쳤다. 그게 별들의 노랫소리가 아니라면 무엇일까?
사막의 모래 위에 앉아 던졌던 질문을 내 삶으로 가져온다.
내게 과잉된 것과 결핍된 것은 무엇인가?
그걸 알아야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을 텐데.
그래야 메르주가 호텔의 주인장 말처럼 최소한의 짐만 챙겨
인생의 사막을 건너갈 수 있을 텐데.
*김진우의 <걷다가 앉다가 보다가, 다시>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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