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새 신을 사면 어머니가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내 앞에 앉아
신발 끈을 묶어주곤 하셨어요.
그땐 복잡해 보이는 리본이 어찌 그리 쉽게 내 신발 위에 놓이는지 신기했나 봐요.
뛰어놀다 신발 끈이 풀리면 냉큼 어머니에게 달려가서 신발 끈을 묶어달라고 조르곤 했거든요.
그때마다 어머니는 나무라지 않고 다시금 신발 끈 묶는 방법을 알려주곤 하셨어요.
두 줄을 동그랗게 말아서, 보통의 매듭처럼 묶으면 된다고.
그러면서 꼭 한 번 리본을 푸는 모습을 보여주시곤 했는데,
풀리는 건 또 얼마나 쉽게 풀리는지.
처음 리본을 풀어봤을 때가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동안 가시지 않는 여운을 남긴 건 분명해요.
줄 한 가닥만 살짝 당기면 스륵, 하고 풀려버리는 걸요.
잘못 밟기라도 하면 하나였던 리본이 두 줄이 되어서 길 잃은 나비처럼 날아다녔죠.
완전히 신발 끈을 묶고 풀 줄 알게 되고 난 후에는 제자리에 앉아
몇 번이나 신발 끈을 만지작거린 적도 있어요.
'이렇게 쉽게 묶이고 풀리는 걸 그렇게 어려워했다니.' 같은 생각을 하면서요.
나는 이제 운동화보다는 구두를 더 자주 신고, 신발 끈은 얼마든지 혼자서 묶을 수 있지만요.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어린 날 내게는 가장 큰 난제였던 발등의 신발 끈처럼,
지금 우리도 각자의 신발 끈을 앞에 두고서 끙끙대는 건
아닐까 하고요. 실은 줄한 가닥 당기면 되는 일인데,
그걸 아직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럼 신발 끈이 풀린 채로 뛰놀고 있는 아이가 생각나서 웃음 짓곤 해요.
발등에 나비 두 마리를 매달고 뛰노는 아이요.
여러분이 지금 어떤 매듭을 마주하고 있고,
어릴 적 신발 끈을 묶게 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렸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이제 모두 신발 끈을 묶고 풀 수 있는 사람이 됐잖아요.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 보기로 해요.
오늘의 우리는 걱정 대신 신발 끈이나 한번 풀었다 묶어보고,
오늘도 한 발짝 나아가면 되는 거라고.
*이정현의 <함부로 설레는 마음>에서 따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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