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9월 '힘을 빼'라는 말을 '용기를 내'라는 말로 바꾸면 말이 돼
그대아침
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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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생 때 학교 수업을 통해 골프를 처음 배웠다. 
한 학기 동안 열심히 출석하며 골프채를 휘둘렀지만, 실력이 좀 쌓였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자 주변 친구들이 너나할 것 없이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도 다시 한번 시작해 볼까 하는 마음에 집 근처 골프장에 등록해 열심히 연습하기 시작했다.
매일 퇴근 후 골프장에서 스윙 연습을 했다.
그런 나를 응원해 주려는 마음이 셨는지 골프 코치님께서는 
레슨 날이 아니어도 나에게 이런저런 지도를 해 주셨는데,
모든 수업은 단 한 마디로 요약되었다. 
"힘을 빼세요. 힘 좀 빼시라구요. 힘을 좀 빼야 한다니까요."

내 딴에는 힘을 뺀다고 뺐는데, 자꾸 힘을 빼라고만 하고
'어떻게' 힘을 빼는지 알려 주지를 않으니 너무나 답답했다.
자꾸 힘을 빼라는 소리만 반복적으로 듣다 보니 힘을 빼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코치님은 힘을 빼라는 말을 누구보다 힘주어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알까' 하는 의문만 커져 갔다. 
그러다가 최근 요가 수업 시간에 '힘 빼라는 말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아르카 선생님은 "이완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라고 
조용히, 그러나 힘주어 말씀하셨다. 바로 그거였다.
내가 힘을 빼지 못한 이유는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골프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물에 가라앉을 것 같다는 무서움 때문에 나는 힘을 빼지 못했던 것이다.
골프공을 못 맞혀도 상관없다는, 물에 가라앉더라도 문제없을 거라는
용기가 있었다면 몸에 애써 그렇게 힘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며 용기라는 말을 들으면 으레 주먹을 불끈 쥔 힘찬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용기의 진정한 모습은 주먹을 불끈 쥔 힘찬 모습이 아니라
긴장을 내려놓은 담담한 미소일지도 모른다. 이를 깨달은 뒤로,
'힘 빼'라는 말을 '용기를 내'라는 말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주먹을 불끈 쥔 용기의 모습은 두려움과 긴장의 반대급부로 나타나는 것일지 모른다.
이에 대해 막연히 힘을 빼라는 말은 공감을 사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힘을 빼라는 말에 앞서 용기를 내보라고 말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안현진의 <참 눈치 없는 언어들>중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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