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택배기사님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되도록 실행해보고자 하는
사소한 일이 있습니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엘리베이터가 각 층에 설 때마다
기사분이 맘 편히 물건을 돌리고 올 수 있도록 잠시 '열림' 버튼을 눌러놓고
기다려드리는 겁니다.
이때 저는 기사분이 승강기 안에 두고 간 남은 짐들까지 지켜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버튼을 누르고 있는 이 작은 손가락 짓 하나가 그 기사분으로 하여금
신속·안전한 배송 일을 가능케 하니 웬만하면 실천하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만일 그렇게 도와드리지 않는다면 그분은 짐수레를 통째 들고 내렸다가
매번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거나,
아니면 문이 열린 사이 전속력으로 뛰어 물건을 돌리고 와야 합니다.
여름철 삼복더위에는 정말 보통 곤욕이 아니겠지요.
그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일이,
바로 '버튼 몇 초'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는 겁니다.
이는 사실 선행·도움, 그런 거창한 차원도 아니고 순전히 저 좋자고 하는
일종의 '소확행'입니다. 어쩌다 그 정도 노릇만 할 수 있어도
그날 하루는 그런대로 괜찮게 살았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사실 스스로의 하루에 만족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열심히 산다고 살아도 후회와 자책만 남는 게 범부들의 일상인데 말이죠.
그러니 작은 기회라도 왔을 때 냉큼 잡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점수를 좀 줄 수 있는 그런 기회 말입니다.
잘 산다는 게 뭐 별거 있나요?
내가 좀 '덜 한심해 보이는' 하루, '덜 못됐던' 하루,
어쩌다 한 번씩 '괜찮아 보이는' 하루, 그 하루가 그런대로 잘 산 하루겠죠, 뭐.
단, 이 ‘버튼 누름’미션을 행할 때 혹시 승강기 안에 다른 이웃들이 타고 있다면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그분들 중 누군가는 아주 다급한 개인적 용무가 있을수도 있고,
그렇다면 층마다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는 게 상당한 민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이 글을 따라 실천해 보시려는 분들이 있다면
그 점만은 꼭 참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박주경의 <치유의 말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