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옮긴 뒤 40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편도 50분씩 걸려 매일같이 다니게 되었다.
이렇게 멀리 출퇴근하다 보니 몸도 피곤하지만,
가장 아쉬운 건 이전 학교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왔던 아이들이
쉽사리 나를 만나러 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찾아오면 시끄러워지는 건 당연하고,
내가 바쁜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맛있는 것을 사달라며 투정을 부리고,
친정집에 온 것처럼 드러눕기도 하고 편하게 쉬다 가기도 한다.
귀찮기도 하지만, 나는 아빠의 마음으로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모습 속에서 행복하고 기쁠 때가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제법 성장해서 좋은 벗으로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기에 아이들의 방문이 더욱 설렌다.
가끔, 아니 자주 찾아와 나를 기쁘게 해주던 아이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진 탓인지 올해부터는 우리의 만남이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다.
벌써 많은 아이들이 오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지만,
나도 일이 바쁜 터라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나를 슬프게 만드는 건,
졸업한 아이들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초등학교 교실을 찾아가도 내가 없으니
마음껏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 주위를 배회하다 그냥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전에 근무했던 학교 선생님들에게 들었다.
“밥 한번 먹자” 어른들은 이런 약속을 쉽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안다.
이런 약속은 언제 만날지 기약이 없는, 그저 인사치레라는 사실을.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한번 찾아갈게요.” 아이들에게 이 약속은 그냥
인사치레가 아니다. 내가 말리지 않으면 시험 기간 중에도 올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약속을 좀처럼 어기지 않는다. 그리고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산 좋고 물 좋은 이곳까지 찾아와주었다.
“난 괜찮다. 뭘 귀찮게 찾아오냐."
이런 말을 하는 시골 부모님처럼,
오면 귀찮기도 한 우리 아이들이 실제로 찾아와주면 그렇게 감동적일 수가 없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나 걸리는 시골길이 너무 좋았다고 하는 아이들처럼,
나의 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함께 돌아가는 그 길이 여느 때와는 다르게 아름답게 느껴졌다.
얘들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만나러 오겠니?
*이대윤의 <얘들아, 다시 불을 켤 시간이야>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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