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별은 밤별보다 밝고 아름다운데, 태양의 빛에 가려져 영원히 하늘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
러시아 여류시인 올가 베르골츠가 쓴 <별>에 나오는 구절이다.
생각해보면 별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태양에 가려 안 보일 뿐항상
그 자리에 있을 텐데 우리는 보이지 않으면 '없는 존재'로 취급해 버린다.
개인적으로 난 새벽이 좋다. 어린 시절부터 일찍 일어나는 버릇이 있었다.
새벽이 좋은 이유는 모든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도 모두 텅 비어 있어
마냥 신기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길 어디에도 사람이 거의 없고,
뭘 해달라고 난리 치는 사람도 없고, 전화벨 소리도 들리지 않고,
빵집 앞이건 편의점 앞이건 원하는 곳에 차를 잠시 세워 두고 볼일을 봐도
빵빵거리거나 단속하는 사람도 없다. 마음껏 쇼윈도 안을 들여다보며 구경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벽이 좋은 이유는 간절함 때문이다. 새벽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모두 신성하다. 새벽에는 사금을 체에 친 듯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간절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 드러난다. 새벽에 일찍 문을 여는 빵집 여직원, 부지런히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 운동을 하러 가는 사람들.
특히 항상 똑같은 시각에 똑같은 복장으로 자기의 구역을 지키는 사람들,
그러니까 환경미화원이나 야쿠르트 아줌마, 경찰관들이 새벽에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은 대낮에도 여기저기 움직이며 자기 일을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다 집에서 쏟아져 나온 낮 동안에는 <윌리를 찾아라>의 윌리처럼
찾기 힘든 존재가 된다.
그러나 새벽에는 어디를 가도 이들이 눈에 띈다. 아니, 이들 외에는
거의 다니는 사람도 없다. 환경미화원들이 밤새 사람들이 어질러놓은 것을 쓸고 닦으면
그 복잡한 명동 거리도 깨끗하게 변한다. 태풍이 불어도 눈보라가 쳐도 언제나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나타나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연약해 보이는 그 아줌마들은 정말 어떠한 상황에도 구석구석 배달을 다닌다.
그렇게 자식을 키우고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꿈을 위해,
소망을 위해 조용히 새벽을 여는 이들이 내게는 태양에 가려져 있는 낮별처럼 참 아름답다.
*서은영의 <세상견문록>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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