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휴대전화 사용법을 자주 알고 싶어 하셨다.
처음엔 말로 설명드리고 다음엔 적어드려도 다음 달이 되면 또다시 처음인 듯 물어보셨다.
그래도 몇 년간 반복하다 보니 이젠 휴대전화의 기본적인 기능들은 제법 사용하실 수 있게 되었는데
단 하나, 문자메시지 보내는 법은 영 손에 익지 않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키패드는 할아버지 손에 비해 왜 그리 작고 좁은지.
휴대전화 화면에다 화내길 여러 번. 할아버지도 서서히 포기하는 눈치셨다.
그러던 지난해 가을. 고향집에서 잠을 자다 잠깐 깨었는데,
방 한쪽에서 휴대전화 화면에 골똘히 빠져 있는 할아버지의 옆모습이 보였다.
방 안이 워낙 어두워서 휴대전화의 불빛만 할아버지 손 안에서 조그맣게 떠 있었다.
"할아버지. 안주무시고 뭐하세요?"
할아버지는 그제야 기척을 알아채시곤 깼으면 잠깐 이리와 보라 하셨다.
"문자메시지 말이다. 보내는 방법 좀 알려다오."
나는 할아버지 옆으로 가 쪼그려 앉았다. 눈으로, 손으로 부지런히 좇던 할아버지는
아, 이제 알겠다며 환하게 웃으셨다.
몇 달 뒤, 오랜만에 들른 집에서 우연히 할아버지의 휴대전화를 보게 되었다.
읽지 않은 문자메시지 58개. 메시지함을 열어 보니 스팸메시지가 한가득이었다.
하나하나 삭제하려고 보는데 수많은 광고 메시지 속에 낯익은 이름이 떠 있었다.
미처 발송되지 못한 채 임시 보관되어 있던 메시지 수신자는 할아버지의 큰아들이자 나의 아버지였다.
조심스럽게 메시지함을 눌렀다. 뭉툭한 손끝으로 몇 번이고 고쳐 썼을 메시지는 단 여섯 글자.
‘아범아 고맙다’
메시지를 보는 순간 코끝이 찡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할 땐몇 마디 대화도 나누질 않으시더니.
이 말을 전하기 위해서 할아버지는 문자메시지를 배우고 싶으셨던 걸까.
이후로 할아버지는 아주 가끔씩 문자메시지를 보내신다. 그럴 때면 어두운 방안,
할아버지 손 안에 켜져 있던 조그만 불빛과 그 빛을 바라보던 할아버지의 옆얼굴이 떠오른다.
*김달님의 <나의 두 사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