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212목 애를 쓰고 정성을 쏟은 그 순간을 알아주는 사람
그대아침
2026.02.12
조회 120
나는 김환기, 이중섭, 피카소 작품을 만난다. 때로는 윤동주, 김소월, 괴테의 작품을 만난다.
교실 게시판에 하나둘 늘어나는 아이들 활동 결과물들이 내 눈에는 다 걸작품으로 보인다.
수업하다가도 눈길 머물면 씩 웃음이 난다. 아이들 하교 후, 청소하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면
정말 잘했는데 싶다. 지친 하루의 숨을 고르고 의자에 털썩 앉아 저 뒤에 게시된
작품 바라보고 있으면 잠시 피곤이 사라진다. 아이들 작품에도 명화와 명작이 주는
오묘한 치유의 힘이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내 어릴 적을 떠올려 보면, 교실 게시판 꾸미기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방과 후에 서너 명의 친구와 함께 교실에 남아서 선생님을 도와 게시판을 꾸민 기억이 있다.
우리는 특별 선택을 받은 것처럼 좋아했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게시판 가장자리에 놓을 나무와 잎을 큼직하게 그리고, 색칠하고 오렸다. 
나뭇잎 하나하나 만들어 게시판에 어울리게 붙였다. ‘우.리.들.솜.씨.’
타이틀도 예쁘게 꾸몄다. 교실 게시판을 꾸미다 보면,
선생님이 사주시는 특별한 과자를 먹는 호사도 누렸다.
그래서 힘든 줄 모르고 재밌게 했다. 교실 게시판에 대한 웃기지만 즐거운 추억거리다.

요즘이야 뒷 게시판을 형식적으로 완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두명의 작업으로 무조건 예쁘게 꾸미는 일도 없다. 아이들 모두가 참여하는 의미 있는
수업 활동 결과물들로 게시판을 채우게 된다. 비단 미술작품뿐이겠는가.
시 쓴 것도 붙이고, 편지 쓴 것도 예쁜 종이를 덧대 붙이고, 독후 활동들도 붙인다.
우리가 조사한 내용으로 만든 지역 홍보 포스터와 배추흰나비 한살이 관찰 결과지도 붙인다.
아이들의 성장 기록이 담긴 교실 게시판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하곤 한다.
미래의 화가, 시인, 작가, 과학자, 기자님이 여기에 있구나. 

모난 부분, 도드라진 가장자리 보기보다 애를 쓴 그 마음을 기억해 주려 한다. 
지우고 다시 하기를 반복하며 정성을 쏟은 그 순간을 알아주려 한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잘 극복하고 끝까지 완성한 그 마음을 보려 한다.
진심을 담아 알아주고 바라볼 때 아이들은 한껏 뿌듯해진 마음으로 또 다른 작품에도 정성을 쏟는다.
나에게는 이 아이들이 진심으로 김환기고, 윤동주고, 피카소고, 괴테고, 아인슈타인이다. 

*박명찬의 <오늘도 교실은 맑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