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가 좋다고 하면 "네가 아직 뭘 몰라서 그래"라는 말로 입이 막힐 때가 있다.
얼마간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한 것들이 나를 부끄럽게 할 때가 많아서다.
좋다고 말하기 전에 그것의 뒷이야기와 역사와 모든 상호 작용을 다 알아야 할 것만 같다.
물론 책임감 있는 자세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란 또 얼마나 힘들고 불가능한 일인지.
그래서 어떤 여행지가 좋다고 말하기 조심스러울 때도 있다.
"네가 여기 살아 보지 않아서 그래" "며칠 밖에 있어 보지 않아서 그래"라는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가끔은 여행자로 이곳에 있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모든 진실을 알기 전에 무책임하게 이곳을 사랑해 버릴 수 있어서.
그래서, 어설픈 것을 알면서도 시원하게 말해 보려고 한다. 호주가 좋았다고.
지금도 언제든 그곳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한다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데려가 함께 살고 싶다고.
그곳에서 늙어 가는 나를 상상한 적도 있다고.
특히 내게 남은 호주 사람들의 말버릇을 발견할수록 그곳이 그리워진다.
특유의 긍정적인 문장이 내 혀에 찰싹 붙어 미국에서도 자꾸만 그때의 단어들을 쓴다.
같은 영어더라도 나라마다 다른 용례가 있음을 이렇게 실감한다.
뜻이야 물론 어느 정도 통하지만 이곳 미국 중서부 마을에서는 잘 쓰지 않는데 나만 쓰는 말들이 있다.
'No worries' 'All good' 'You're alright'가 특히 그렇다. 너스레 떨 듯 긍정적인 말을 툭 내뱉는
호주의 말버릇이 참 좋다. 걱정 없어, 전부 좋아, 너는 괜찮아..라는 말을 숨쉬듯 쓰는 공간이 좋았다.
나는 필연적으로 이 말을 자주 듣는 사람이었다. 부탁할 일도 사과할 일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Sorry!"하면 상대방은 "You're alright!" "All good!" "No worries!"라고 대답했다.
그곳에서 오래 살아갈수록 나는 문제없고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결국 그곳에서의 내가 좋았던 것이다.
호주에서의 사진첩을 다시 열어 보면 활짝 웃고 있는 셀카가 한 무더기 쏟아진다.
새로운 제안을 받았을 때 망설이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더 잘 표현한다.
그런 내가 참 좋다. 이제 내가 나를 좋아한다고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다.
달라진 나를 부끄러워할 일도 없을 것이다.
*김지우의 <의심 없는 마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