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206금 세상을 예쁘게 만드는 고집을 키워볼까
그대아침
2026.02.06
조회 111
자기만의 고집이 있는 사람이 좋다. 가령 버스를 탈 때 노선에 따라
오른쪽에 앉는 걸 선호한다든가 하는 자신의 틀 안에서만 피우는 고집.
혹은 베개를 베고 자는 방향이 정해져 있어서 무심코 다른 쪽을 베었을 때
잘못됨을 알아차리고는 방향을 제대로 바꾼다거나 하는, 매일매일 어길 수 없는 규칙. 
또는 라면을 끓일 때 물이 끓기 전에 '건더기스프'를 먼저 넣어야 한다거나 하는,
딱히 이유 없이 정해져 있는 사소한 순서.

좋아하는 드라마 <도보 7분〉에도 개인의 고집에 대한 대사가 나온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한데, 주인공이 설거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장면이다.
아래층에 사는 이웃이 명란젓을 들고 찾아와서 주인공과 그 이웃은 함께 흰밥에 김과 명란젓을 먹는다.
다 먹은 후 이웃은 남의 집에서 밥을 먹었으니 설거지를 하겠다고 들썩였고, 주인공은 이내 말린다.
"아니에요. 나중에 하면 돼요." 그럼에도 "아 그래도" 하며 그릇을 차곡차곡 겹쳐 쌓기 시작한
이웃의 행동에 주인공은 망설이다가 강한 어조로 대사를 뱉는다.
"괜찮아요. 이런저런 룰이 있어서. 스펀지에 세제를 남겨둔다거나 하는...
죄송해요. 제가 부엌일에는 조금 신경질적이어서."

이웃은 그릇을 든 채 조금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는 이내 납득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나의 설거지 룰은 어떨까. 물에 헹군 그릇을 건조대에 놓을 때에는
나중에 어떤 그릇과 컵을 먼저 꺼내려 하더라도 어려움이 없도록 놓는 걸 좋아한다.
가장 먼저 어떤 게 필요할지 모르니 모든 그릇과 접시는 세로의 느낌으로 꽂아둔다.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개인의 고집은 고요하다. 타인에게서 고집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나에게도 잘 맞는다면 슬며시 동참한다. 작업실에는 주스나 요플레를 먹고나면
꼭 물로 헹구고 재활용 통에 넣기 전에 부엌 창문 앞에 놓아 물기를 바짝 말리는 사람이 있다.
반나절 동안 말린 후 재활용 통에 넣는 모습이 꽤 감명 깊어서 비타민 음료를 먹은 후에
물로 헹궈 같은 자리에 올려두었다. 기왕이면 세상을 예쁘게 만드는 고집을 키워볼까. 
고집이라는 단어는 딱딱한 줄만 알았는데, 나의 선호로부터 생긴 고집들은 말랑말랑하게만 느껴진다.

*임진아의 <빵 고르듯 살고 싶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