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을 한 통 받았다. "귀하의 노력에 힘입어.."로 시작되는 메일이었다.
의례적으로 보내는 것이었겠지만, 다 읽고 나니 유독 한 단어가 입에 남았다.
바로 '힘입다'였다. 활자로는 간간이 접했지만 입 밖으로 내어본 적은
한 번도 없는 단어였다. 힘있는 상태일 때는 굳이 다른 힘이 필요치 않다.
내 기세로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반면, 힘없는 상태일 때는 힘이 나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빌리거나 합칠 수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어떤 힘의 도움을 받다." 간절하게 부탁할 때의 마음은 아마도 이와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 어떤 효과를 발휘할 때 힘을 보탠 사람도 힘을 입은 사람도 행복할 것이다.
직접적인 도움과 맞닿아 있는 첫번째 뜻은 주로 긴박한 상황과 함께 쓰인다.
수해 지역에 성금을 보내고 복구 현장에 가서 이런저런 일을 할 때,
도움을 받는 사람은 힘입는다.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목격할 수 있다. 가시적인 힘이다.
그날 밤, 누군가에게 보내는 메일에 '힘입다'라는 단어를 썼다.
고마움을 전하려 쓰기 시작한 메일이었는데, 저 단어를 사용하니
그사람이 내게 써준 마음이 좀더 선명해졌다.
동시에 내가 얼마나 많은 존재에게 힘입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부모님의 지원에 힘입어 나는 부족함 없이 자라날 수 있었다.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고
동료들의 격려에 힘입어 이때껏 글을 쓸 수 있었다.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몇 권의 책을 낼 수 있었다.
지인들의 도움에 힘입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신문사에서 내게 내어준 지면에 힘입어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옷을 입는 것처럼, 나는 매일 힘입는다. 철에 맞는 옷이 따로 있는 것처럼,
사는 데는 알록달록한 힘이 필요하다. 꼭 커다랗지 않아도 된다.
자잘해도,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않아도 그 힘은 공기처럼 나를 감싼다.
'힙입다'라고 소리 내어 발음해본다. 무엇보다 힘을 옷처럼 입을 수 있다니,
꼭 슈퍼맨이나 배트맨의 슈트처럼 근사하지 않은가.
자주 입고 자주 입히고 싶은 말이다, 힘입다.
*오은의 <다독임>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