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목 보아야 할 것을 보고, 보지 않아도 될 것은 보지 말자
그대아침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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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계속 침침하고 눈물이 나서 병원에 갔더니 눈이 좀 건조하단다.
거기서 끝날 줄 알았는데 정밀 조사를 하더니 녹내장 초기란다.
녹내장? 녹내장은 시신경이 사라지는 병으로 실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단다.
관찰 총량의 법칙이란 것도 있나? 평생 볼 수 있는 대상이 한정되어 있다면
나의 녹내장은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야생화 보러 다니고,
별 보러 다니고, 책 보고, 나무 보고, 그림 보고, 글씨보고,
내 몸에서 눈이 가장 혹사당한 것 맞다. 그러나 파리 박물관이나 이태리 미술관,
미국의 자연사 박물관도 못 가 보고, 히말라야나 호주 사막도 못 가 보고,
보지 못한 것도 아직은 많다. 그려야 할 것도 많고 써야 할 것도 많다.
뭐든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있는 거라고 생각되는 것도 잠시 주어진 것일 뿐이다.
늘 거기 있을 거란 생각은 일종의 착각이다. 눈도 그렇고 코도 그렇다.
아내도, 아들도, 친구도 항상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은 있다가도 없을 사람들이다.
항상은 없다. 그래서 무상일 게다.
볼 수 있을 때 잘 보자. 보아야 할 것을 보고, 보지 않아도 될 것은 보지 말자.
먼저 보아야 할 것이 있고 나중에 봐도 되는 것들이 있다.
사람의 미소와 저녁의 황혼과 밤중의 별자리는 먼저, 로댕과 미켈란젤로는 나중.
대충 이런 생각을 하면서 병원에서 집에까지 걸어왔다.
“몸있을 때까지만 세상이다”라는 황지우의 시 구절이 떠올랐고,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는 헬렌 켈러의 말도 생각났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외운 것들이다.
*김보일의 <황혼은 어디서 그렇게 아름다운 상처를 얻어 오는가>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