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13금 오늘의 나를 실컷 사랑해주기, 이 순간 가장 반짝이도록
그대아침
202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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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음식을 한 지 1년 정도가 지났다.
사실, 전업주부들처럼 매일 음식을 하지는 못한다.
반찬가게에서 주기적으로 배달해주는 반찬들과 대기업에서 만들어준
밀키트들이 바쁜 날의 밥상을 만들어주고 있다. 
가끔 하는 음식이지만 그래도 짧은 사이에 요리가 제법 빨리 늘었다.
조리하기 까다로운 음식들도 이제는 실패하지 않고, 한 번에 두세 가지 음식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수습생에서 초보 요리사로 조금 단계가 상승한 기분이다.

엄마는 내가 결혼할 때 장인이 만든 청자 그릇 세트와 은수저 세트를 선물해 주셨다.
기성품과 달리 귀하고 좋은 거라서 함부로 쓰지 못하고 잘 보관하고 
있을 뿐이었다. 언젠가 엄마와 전화를 하는데, 그릇은 잘 쓰고 있냐고 물어보셨다.
아까워서 쓰질 못하겠다고 말하자 엄마는 내가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나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귀한 사람이 너야. 가장 귀한내 딸이 좋은 그릇에 좋은 수저로
밥 먹어야지. 너를 아끼는 일에 네 마음을 아끼지 마.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그렇게 살아. 자신한테 인색해지면 사람이 한없이 작아지는 거야.
네가 너를 안 아끼면 엄마는 그게 너무 슬퍼.”

엄마의 그 말이 너무 슬퍼서 전화를 끊고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왜 엄마에게 가장 귀한 게 나일까. 그리고 엄마의 사랑인 나는 왜 나를 아낄 줄을 모를까. 
아무도 나에게 시킨 적도 없었고 강요한 적도 없었는데, 어느샌가 나는 나를 위해
무언가를 소비하는 걸 아끼고 있었다. 가정을 꾸리고 살아보는 건 처음이기에,
모든 것이 새로운 것투성이라 무서웠었다.
일단 미래를 위해 아끼고 절약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더는 불필요하게 아끼지 않으려 한다. 나를 위해 마음을 쓰는 일도, 돈을 쓰는 일도
아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엄마에게 가장 귀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듯이, 나에게도 가장 귀한 사람은 내가 되어야 함을
이제는 안다. 나를 아끼는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언제나 미뤄두었던 나를 먼저 챙기는 연습을 해본다.
오늘이 살아갈 날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이 있듯, 오늘의 나를 실컷 사랑해준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반짝이도록. 

*김유은의 <지금의 나는 더 나아지고 있는 걸까>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