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와인이란 없다."
그렇지. 그렇겠지. 세상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제일 좋은 희망이라는 것도 없고, 제일 좋은 용기도 없으며,
제일 좋은 사랑이라는 것도 없다. 그것은 그 자체로 제일 좋은 것들이니깐.
<슬픈 날엔 샴페인을> 읽었다. 슬픈 날이기는커녕 내 인생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날에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저자 정지현 씨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
살고 있는 와인 칼럼니스트다. 와인 책이지만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싸고 희귀한 와인들을 보란 듯이 권유하거나 와인에 대한 지식을
우쭐대며 늘어놓는 그런 류의 책이 아니다.
와인을 설명하면서 이런 기상천외한 비유들을 갖다 붙이는 책은 처음 봤다.
"화이트와인이 콩나물국이면, 레드와인은 된장국"이라니 정말 개구쟁이 같은,
그런 느낌의 책이다. "김치를 먹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처럼
와인에도 큰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첫 일본 전시회를 앞두고 조금은 긴장하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위로와 자신감의 메타포로 다가왔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와인이란 없다"라는 문장에서 '와인' 대신 '그림'을 넣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세상에 제일 좋은 그림이란 게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어.
내게는 나만의 표현이 있고, 그것으로 충분하지.
도취! 좋은 문장은 마치 술과 같아서 사람을 이리도 기분 좋게 고무시킨다.
와인은 그림과 여러모로 닮았다.
'어떤 와인이 좋은 것이며, 어떻게 마셔야 하냐'는 질문과 똑같이,
'어떤 그림이 좋은 것이며,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사람들은 늘 묻는다.
나는 그런 질문에 늘 장황했다. 하지만 이젠 아주 심플하게 대답해 줄 수 있겠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제일 좋은 그림이야!"
*천지수의 <책 읽는 아틀리에>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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