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따뜻해지고부터 여자 미화원들은 날마다 잡초 제거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잡초를 뽑는 원칙은 이랬다. “사람이 일부러 심은 것 외에는 모두 제거하라!”
우리는 이 명령에 따라 잔디밭에선 잔디 외에 모든 풀을,
봉숭아 꽃밭에선 봉숭아 외에 모든 꽃과 풀을 인정사정없이 뽑아내고 있다.
잡초를 뽑으면서 왜 쓸데없이 '인정'이 생기냐면 잡초라 하기엔 너무나 사랑스러운
풀과 꽃들이기 때문이다. 야외 마당에는 민바랭이, 토끼풀, 질경이, 강아지풀,
민들레, 새포아풀, 쑥, 망초, 개망초, 갈퀴덩쿨, 쇠뜨기, 개소시랑개비 등
갖가지 풀들이 자생적으로 자라고 있다. 물론 나도 처음엔 이 풀들의 이름을 다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매일 내 손으로 뿌리째 뽑아서 목숨을 끊어 놓다 보니
어느 날 이 풀들이 정말 해로운 게 맞는지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하나씩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애플리케이션과 검색 사이트를 통해
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가장 흔한 토끼풀은 흙 속에 질소를 공급하는 일등 공신이다.
질소는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주고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는데
정작 토끼풀이 사용하는 질소는 아주 적은 양이란다.
그러니 토끼풀은 좋은 걸 많이 만들어서 자기는 조금만 먹고
대부분 이웃들에게 다 나눠 주는 너그러운 풀이다.
나지막한 관상수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흔들리는 풀은 이름도 촌스러운 쇠뜨기인데,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쇠뜨기는 소가 잘 먹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요즘엔 소에게 먹힐 일 없어서 무성하다고 한다.
이 쇠뜨기 또한 질경이에 버금가는 만능약초다.
우리는 가끔씩 허리를 펴며 한숨을 쉰다. 애써 심었어도 시들시들한 봉숭아나 양귀비보다
오히려 저절로 자라난 풀꽃들이 훨씬 예쁜 것 같은데,
싹 다 뽑혀야 하는 생명들이 가여워 혀를 끌끌 찬다. 산책 나온 사람들이 지나가다 묻는다.
“무슨 약초를 그렇게 캐요?”
“약초 아니에요. 잡초 뽑는 거예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세상에 잡초가 어디 있을까?
풀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신비와 눈부신 아름다움과 고마운 쓰임새를
모르는 사람에게만 잡초로 보일 뿐이다.
사람이 아무리 잡초를 제거하고 또 제거해도 잡초는 굴하지 않고 되살아난다.
자연의 무심함은 모든 것을 넘어선다.
*최성연의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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