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 여릿여릿한 햇빛이
골고루 은혜롭게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고 있는데,
따져보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무궁무진한 값진 이 선물을
그대에게 드리고 싶은
마음은 절실하건만
내가 바치기 전에
그대는 벌써 그것을 받고 있는데
어쩔 수가 없구나.
다만 그 좋은 것을 받고도
그저 그렇거니
잘 모르고 있으니
이 답답함을 어디 가서 말할 거나
-박재삼의 <햇빛의 선물>에서
시인은 '햇빛의 선물'을 말합니다. 선물은 뭔가 특별한 것인데 햇빛의 선물이라니,
선물에는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 선물에는 주는 이의 희생이 따라야 하고 선물은 의외여야 하는데,
시인은 어디서나 느끼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햇빛의 선물을 말합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골고루 은혜롭게 내리는 햇빛.
가만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의 정의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오늘의 자잘한 실패, 그리고 어쩌면 남에게 말 못 하고 고민하고 있을
마음속 걱정거리도 모두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라면 그 또한 선물입니다.
크고 화려하고 값나가는 것만이 아니라 작게 마주치는 것들이 모두 선물입니다.
선물인지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 햇살도 비바람도 고달픔도 칭얼거림도 생채기도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나를 키우는 선물입니다.
나를 배신하고 돌아섰던 당신도 그러고 보면 선물이고,
내 고마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아이도 선물이고,
턱 욱신거리게 하는 앓는 이처럼 고민스러운 현실의 한 자락도 선물입니다.
오늘 나는 어떤 선물을 어떻게 맞고 있나요? 오늘 나에게 '주어진 것'은 무엇인지요?
그 좋은 것을 받고도 혹 모르고 그냥 지나치지는 않는지요?
고마움과 기다림을 잊고 조바심과 원망과 후회만으로 '주어진 것'을
제대로 살뜰히 쓰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았는지요?
어쩌면 너무 많은 선물을 받았기에 당연하다 여기고 고마움을 잊은 채 살아왔던 것은 아닌가요?
*정은귀의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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