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림은 세계의 첫 알람 소리다. 무존재가 존재로 변환되는 순간,
우리는 그 태초의 멜로디를 듣는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속삭임.
양수 속을 첨벙대는 태아가 얼굴도 본 적 없는 엄마와 주고받는 신호음.
신이 인간에게 첫 호흡을 불어넣던 순간,
태초의 에덴에도 이 심장의 멜로디가 두근두근 울렸으리라.
두근거린다는 것은 비트의 한 양식이기도 하거니와,
마음의 영역에선 높낮이가 또렷한 멜로디다.
이 마음의 음표는 수줍은 설렘부터 극도의 두려움까지 마음 상태를 변주한다.
설렘을 품은 두근거림은 기분 좋은 솔 정도의 소리지만,
두려움에 도달한 두근거림은 날카로운 시 정도까지 옥타브가 치솟는다.
미에서 솔 정도의 마음. 그것은 적당히 설레고 적당히 가슴 벅찬 두근거림이다.
그러나 이런 느긋한 두든거림은 살면서 마냥 유지하기 힘든 멜로디다.
내게도 심장의 멜로디가 설렘과 벅참을 이탈해 짙은 두려움에 당도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니까 어쩌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절망에 빠져 있던 2013년 늦가을.
김연수의 단편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그 절망의 시기에 내 손에 닿았다.
마음의 멜로디가 극한 변주를 겪은 걸로 치자면
최상급에 속할 주인공의 이모는 옛사랑을 떠올리며 이렇게 회상한다.
제주도에서 3개월 남짓 함께 살면서 들었던 빗소리가 사월엔 미 정도였는데
칠월엔 솔 정도까지 올라갔다고. 겨우 3개월에 불과했던 사랑의 시기를
음계가 올라가는 것에 빗대며 체념도 한탄도 없이 떠올리는 옛사랑의 기억.
나는 그 까슬까슬한 마음의 밑자락에서 여전히 두근거리는 심장의 멜로디를 들었다.
사랑이 유지되는 것은 두근거림의 음계가 미에서 솔 정도에 머무를 때일까.
아닐 것이다. 그 음계를 벗어나 마음이 찢기는 옥타브에까지 도달해 본 나는
심장의 멜로디가 계속 연주되는 한 그 높낮이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높은음자리에서 낮은음자리까지 두근거림이 변주되며 사랑은 하나의 완성된 음악으로
나아간다. 두근거림은 모든 심장의 첫 멜로디이자 마지막 음표다.
*정강현의 <감정 도서관>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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