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마을에 일주일가량 머무는 동안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은 채로 바다를 보러 나갔다.
대문을 열고 돌담이 쌓인 짧은 골목 하나만 나오면 바다가 펼쳐졌다.
바다를 향하는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늘 새롭고 설레었다.
하늘과 바다는 매번 다양한 얼굴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구름이 바다의 지붕인 양 낮게 깔리면
그보다 높은 곳의 햇빛이 구름 빈 틈 사이로 빗금처럼 수면 위를 내리쬔다.
빛줄기를 받은 수면이 반짝반짝 빛나는데, 아주 먼 곳의 풍경인데도 선명하게 눈부시다.
그 광경을 열심히 사진에 담다 보면 비몽사몽 했던 정신은 금세 개운해진다.
고개를 잠시 숙였다가 다시 바라보면 빗금으로 내려오던 빛의 부분은
더 넓어지고 구름의 색감도 달라져 또 사진을 찍는다.
한참을 풍경에 감탄하다가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어 바다를 등지고 골목을 향해 걷는데,
뒤를 돌아보면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준다.
그럼 난 그걸 못 참고 다시 바다 쪽으로 달려가서 구경하고 사진에 담는다.
다시 골목으로 걸어가다가 뒤 돌아보면 또 달려가고, 돌아보고 달려가고….
그것을 여러 번 반복한다. 뒤를 돌아보면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두고 가는 것이 아쉬울 만큼 아름다운데다,
그것에서 멀어지고 싶은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돌아서야만 하는 시간은 온다.
가야 할 새로운 길들이 있으니까. 기어이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걷는다.
돌아보면 안돼. 바다 풍경 하나 등지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아름다운 시절을 뒤로 보내버리는 건 큰 힘이 드는 일이다.
미련이 많아서일까. 나의 걸음이 추억의 속도보다 한참 느려서일까.
시간이 흘러꽤 많이 걸어왔다고 생각한 어느 날,
슬쩍 돌아보기라도 하면 그동안 걸어온 노력과 시간이 무색할 만큼
지나온 기억을 향해 달려가 그 앞에 무너지길 반복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과거의 추억에 묶일 수는 없는 일이다.
앞으로 가야 할 길에 펼쳐질 아름다움을 만날 기회를 놓치는 거니까.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하더라도, 돌아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여기는 날을 기대하면서 한 걸음을 내딛는다.
*민미레터의 <쓰다듬고 싶은 모든 순간>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