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

음악FM 매일 07:00-09:00
0414월 사랑은 '원래'를 '이제는'으로~ 기꺼이 바꿀 수 있는 것
그대아침
2025.04.14
조회 169
10년에 가까운 연애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애인과 크게 다툰적 없었다는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몇 년 전,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홀로 떠난 여행지,
그곳에서 감바스로 꽤 유명하다는 작은 와인바에 들렀을 때였다.
이야기가 어쩌다 그렇게 흐르게 됐는지 정확하게 기억해낼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서로의 연애에 대해 퍽 궁금해진 것들을 묻고 답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가 거의 1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하나의 연애만을 이어오면서 
단 한 번의 다툼조차 경험한 적 없었고, 불과 몇 주 전에 단출하지만
애틋하게 식을 올려 백년가약을 맺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쑥스러워하며 내뱉은 그의 대답은 지금까지도 나의 심장에 들러붙어,
그간 내가 목격한 사랑의 수많은 형태 중 가장 사랑다운 모습으로
나를 완전히 매료시키고 있다.

"이왕 이 사람을 끝까지 사랑하기로 한 거.
그동안 내가 원래 해왔던 말과 행동을 이제부터라도 이 사람에 맞게 바꿔가면 돼요.
그러다 보니 다툼으로 이어질 법한 일들도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고는 하더라고요. 
나는 원래 이래, 하는 말은 아무 도움이 안 되죠."

이렇듯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그동안 내게 깊숙이 스민 삶의 일부를
어떠한 불평도 않고 손에서 놓을 수 있는 게,
'원래'를 '이제는'으로 기꺼이 바꿀 수 있는 게, 하나의 연애를 촘촘히 이루는 사랑이 아닐까.
촘촘한 사랑으로 이루어져 빈틈을 찾기조차 어려운 연애는,
역시 두 사람의 자그마한 노력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나의 괜한 고집 정도는 바지 뒷주머니에 슬쩍 구겨 넣을 수 있어야 하듯이.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지만, 이 사람에게만큼은 왠지 모르게
꽃이며 애교며 다정한 포옹이며 하는 것들을 마음껏 선물해주고 싶어지는 것처럼.
다투지 않고서는 결코 깊은 관계가 될 수 없다고들 말하지만,
서로의 짙은 배려가 둘의 몸과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기만 한다면
충분히 모든 갈등을 대화로 풀어낼 수 있다. 

*하태완의 <아무런 대가 없이 건네는 다정>에서 따온 글.
줄인 내용이 많습니다. 원문으로 확인해 주시고
개인SNS등에 그대로 옮겨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