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구나 친구야.
빛바랜 앨범 속, 우리 어릴 때 대전 놀이터에서 사진 찍은 게 있다.
80년대라고 써 있네. 신기하게 그때 사진이 컬러였네.
가만히 보니 이때도 컬러 티브이가 보급된 지 꽤 됐지. 너네 집엔 큰 티브이가 있어서 부러웠어.
토요일 오후 1시엔 은하철도 999, 다섯시엔 맥가이버를 보며 우리의 우정이 더 돈독해졌지.
눈을 감으면 철이와 메텔의 기차 소리가, 맥가이버의 신나는 음악이 들려와.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립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같은 반을 했던 성배야.
매 학년 첫날 교실 문을 열 때마다 네가 앉아 있는 걸 보며 생각했지. 우린 운명이었어, 그치?
세상에 이런 우연이 어디 있니?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시절이 지나고, 거친 세상살이에 치여 서로에게 무심해졌지.
지금은 가슴속이 아프기만 해.
내 기억의 끝엔 늘 네가 있었어. 그걸 잊으면 안 돼...
낙엽만 굴러가도 깔깔대던 대전의 그 놀이터는 흔적도 없겠지만, 내 마음속 놀이터엔 여전히 네가 살아 숨 쉬고 있어.
다들 먹고 살기 바빠 어른이 되면 다 이렇게 사는 거라지만, 나는 토요일 오후만 되면 은하철도 999를 기다리던 초여름의 설레임을 기억해.
내 삶에 너라는 페이지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사람의 정이 그리운 밤에, 사무치게 네 이름을 불러본다.
내 영혼의 단짝, 성배야. 너도 나처럼 그때의 우리를 기억하고 있니?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우리 꼭 만나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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