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박혜옥
2025.12.13
조회 12
'출세를 하려면 편지를 써라'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있다.지금은 통신이 스마트폰으로 순식간에 알려지고 정보를 받으나 어렸을 때만 해도 우편물로 소식을 제대로 전달 받곤 했었다.국군 장병 아저씨들께 의무적으로 형식적인 편지를 써야 했고 애인이나 친구들에게도 편지로 오고 가곤 했다
아버지께서는 국가 공무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하시고 한 직장에서 정년을 하신 분이셨다.지방 근무도 오래 하셨었는데 내가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나보다는 내위의 언니를 더 예뻐하시고 용돈도 많이 주시는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었다.'무슨 이유로 아버지가 나보다 언니를 더 예뻐 하실까?' 의문을 갖곤 했었다
그러다가 방학이 되어 아버지 계신 곳에 가서 1주일을 지내다 오게 되었다.출근하신 뒤 빈방과 거실을 청소 하는데 언니가 아버지께 그동안 보낸 그림엽서를 발견 하게 되었다
그림엽서 To/From란 이라고 적힌 부분까지 간단한 내용을 적어 봉투에 담아 보낸 것들을 아버지는 소중히 다 모아 간직을 하고 계셨었다.이렇게까지 소중히 남자가 간직을 하고 있을 정도의 우편물이라면 무슨 내용이 적혔을까 싶어 고무장갑을 벗고 자리에 앉아 읽어 보게 되었다.너무나 놀라운 것은 그리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다.오늘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내용의 엽서도 있었고 어떤 엽서엔 요샌 너무 잘 먹어서 다이어트좀 해야겠다는 내용도 있었고 오늘은 비가 와서 기분이 침착해 진다는 내용도 있었고 요새는 너무 행복하다는 내용도 있었다.A4용지도 안되는 그림엽서에 적힌 내용들은 그저 석줄이나 넉줄 정도의 글이 적히는 분량이건만 아버지는 그런 엽서들을 소중히 다 모아 놓으시고 계셨다.이정도의 엽서를 그리 소중하게 대하시나? 이것땜에 언니가 나부다 더 사랑을 받는가?! 하는 놀라움을 느꼈다 모든 문제에는 이유와 원인이 있게 되어 있다.의문점이 풀렸던 나는 그때부터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께 감사의 편지를 쓰게 되었다.엽서가 아닌 편지로 정자체의 글씨로 예쁘게 써서 향수 몇방울을 찍어 보내 드렸다.언니는 한달에 1번 2번 정도로 아버지께 보내 드렸으나 나는 한달에 2/3번씩 엽서가 아닌 편지를 써서 보내 드렸다.놀라운 사실은 그때 당시 지방 근무 하시다가 전화를 하시곤 했는데 나를 대하는 목소리의 톤이 훨씬 부드러운 상태임을 느끼게도 되었다.유학을 가서도 아버지께 자주 편지를 보내 드렸었다.얼마후 갑작스런 아버지의 임종을 보게 되었고 어느날 유품을 정리 하는데 어머니와 결혼 하시고 피로연을 어디서 한다는 청첩장까지 발견이 되었다 오빠가 고등학교에 갓 입학하여 보낸 편지까지 모아 두셨다.이렇게 자녀들이 보낸 우편물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 놓으신 분인데 왜 내 편지는 없을까? 내것은 어디 있을까?싶어 하나하나 정리를 하고 있는데 막내인 내가 보내드린 편지는 분량이 제일 많았고 해서일까? 아예 따로 모아 두셨다.언니가 다른 자녀들 보다 사랑받는 이유를 알아 비록 늦게나마 엽서 보다는 편지로 위로와 기쁨을 주었던 철부지 막내의 분량 많은 편지를 따로 모아 쟁여두신 것을 보고 그 자리에 앉아 통곡을 하며 울었다
인간은 이렇게 외로운 존재인가 보다.나 역시 유학 시절에 조카가 보낸 연필로 쓴 어눌한 내용의 편지를 지갑 사진 넣어두는 곳에 끼어 두고 다녔었다
'이모!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고 한국에 빨리 오세요'이 글이였는데 소매치기 많기로 유명한 이태리에서 내 지갑을 갖고 가는 일이 생겼을 때에 돈을 잃어 버린 것이 억울한 것 보다 조카의 어눌한 글귀를 잃어 버린 것이 더 억울했었다.
편지는 본인이 직접 써 내려간 풋풋한 내용의 글이여서 일까?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는 힘이 있는 것 같다.요새는 보낸 카카오톡의 문자도 잘 못 보는 시대이다 보니 편지를 쓴다는 것은 무슨 희귀한 일이 되어 간다.오늘은 저녁먹고 차 마시며 친구에게 편지를 한번 써 봐야겠다

<신청곡> 오니언쓰의 편지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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