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놈
박찬균
2011.06.29
조회 96
인터넷과 TV뉴스까지 나온 속칭 '막말남' 동영상을
오늘에야 자세하게 봤습니다.

이렇게까지 된거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계근상 보다 우등상을 대접하고
성실함 보다 능력을 쳐주고
성격보단 지갑의 두께로 판단하고....

수많은 정치인들 기업가들
법적인 범죄가 아니면
도덕적 부끄러움정도로는 오히려 고개를 뻣뻐하게 드는....
그런 사람들에게 낙선이나 불매운동 같은 걸 하지 않는
무뎌진 우리들의 도덕적 불감증.

결국 그토록 도덕을 내려놓고 경제만 평가하는,
품성보다는 재력으로 사람을 대하는 우리사회가
또 그런 사회를 무관심하게 팽개쳐두는
저를 포함한 우리 각자가 모두가 공범인 셈이라고 봅니다.

먼저 저는 용어부터 수정하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은 '막말남'이 아니라
최소한 '막말놈'이라고 해야죠.

'무슨무슨 남'은 성별의 남자를 뜻하기도 하겠지만
한자로는 사내남일 텐데 그런 사람에게
'사내'라는 용어는 적합치 않다고 봅니다.
밭에서 힘쓰는 게 아닌 노인에게 완력을 쓰려고 하는데
가당치 않은 용어이고
동영상을 보니 무척 욕을 많이 쓰고 사랑하나 본데
그 동영상을 본 우리는 최소한 '~놈'이라는 순화된
욕 정도는 붙여줘야 합당하다고 봅니다.

그 사람 노인에게 화를 낼 때
개인 적인 사정이 있어서 기분이 무척 안좋은 일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동영상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노인이 과하게 젊은이에게
훈계를 했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남자
온몸에 문신 잔뜩 그린 조폭이 발 내리라고 했어도
그렇게 기세좋게 욕까지 하면서 덤볐을까요?

예전엔 한 마을이 웬만하면 친인척 관계로 얽혀있다보니
옆집 할아버지에게도 깍듯할 수 밖에 없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제 각자의 이해관계로 살아야 하는 도시생활에서
깊은 유대감이나 확대된 가족애인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 따위는
모두 박물관에나 가야 있을 지 모르죠.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새로운 법이라도 제정해야 겠죠.
싸움을 해도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을 때리면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사람 잡아다가 그 할아버지께 사죄드리게 하고
만약 못한다고 하면
풍기문란죄던 고성방가죄던 죄목을 붙이던
신설하던 처벌해야 한다고 봅니다.

대중 다수가 있는 장소에서 노인에게 대든 건
거리에서 스트리킹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풍속을 망치는 일일 것이며
욕설로 큰 소리 치는 건 심야에 기타치고 노래하는
고성방가 보다 훨씬 더 듣기 곤란하잖아요?

그리고 정말 그나마 다행인 건
그 막말놈을 저지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건데
그 나마 그 저지하는 분 엮시 연세가 있어 보인다는 겁니다.

그 자리에 고등학생, 대학생, 휴가나온 군인 뭐 이런 분들
없었습니까?

공부해서 대학가면 뭐하고
대학등록금 깍아주면 사회참여의식 좀 생기시고
그럴까요?

형법으로 단죄할 수 없는 도덕적 범죄에 대해선
도덕적 형벌을 신설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 시내 대형 전광판에 모자이크 처리 없이
동영상을 시간을 정해서 걸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시간 이후로
우리 스스로를 동방예의지국의~ 하는 식으로는 칭하지 맙시다.
할아버지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참 욕되고 긴 하루를 보내셨을 텐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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