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반잔
이인숙
2011.08.12
조회 53
무더운 저녁늦은시간..고1인 딸과 집안일을 정리하고 더위를 피해 옥상에 올라간시간이 10시무렵..저는 성경책과 돗자리를 챙겨들고 딸아이는 앏은이불과 작은렌턴을 준비해 흐려 별빛은없지만 달빛아래 어린시절을 잠시 떠올리며 이런저런생각에 잠겼어요..남편이 지난해 하던일이 힘들어지면서 빚도생기게 되고 나이 47세에 아침 8시출근에 11시가 되어야 집에돌아오는 일을 하게되었지요. 3개월만에 몸무게는 81kg에서 74kg..안쓰럽기도 하다가고 힘들게 느껴질때면 원망하기도 합니다..그래도 서로 힘이되어주는게 지금할수있는 유일한거란걸 알기에 맘을 하루하루 다스리는 연습을 합니다..
11시가 아직 안되었는데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어디냐고..
벌써 집에왔는지 물으니..지금 가는길인데..저보고 소주한잔하게 나오라는거예요..순간..무슨일이 있나..할얘기가 있나....걱정이 앞서고..아니..순간..짜증스런맘이 되려는거예요..왜..할말있어라고 물으니..아니라고만 하더라구요..덥고..해서..내려가기싫다고..알았다고 전활끊더라구요..모기에 밀려 딸아이와 집으로 들어왔어요..우리 남편은 애주가..매일..소주를 반병씩마시죠..안주를 준비해야하는데..남편의전화가 신경쓰이고 뭔일이 있는가하는맘에 다 귀찮아지더라구요..울딸이 요리솜씨가 제법이라서..딸한테..부탁해봤어요..아빠..술안주좀..만들어달라고..딸도 싫다고..소주에 주스를 사들고 남편이 귀가했어요..밖에서 한잔하고오지..란말에 혼자서 무얼..술안주없는데..오늘 술쉬자...란말을 들으며 샤워하고 안주거리를 찾아서 앉더니..
저보러 소주를 같이 마시자는거예요..싫다고 해도 여러번..반잔만..반잔만이라도..
제말이.."여보..무슨일인데..나 걱정할일이야..? 얘기해봐.."
웃네요..아무일아니라고.."근데 왜그러는데...." 암튼..꼭 마시라는거예요..
반잔을 받아마셨죠..남편하는말.."오늘이 무슨날인지 알아?" "엥..?무슨날이야..?" "우리 만난지..20년된날이야.." "아~오늘이 8월 11일?" 우리아들이 19살..맞네..맞아..그렇구나.." 저보러 8월11일을 기억하냐고묻더라구요..기억하죠..두번째만난날은..8월15일..어디서 만나 무엇을했는지..그 두날은 기억하고 있지요..자리를 고쳐 남편앞으로 바짝앉아..술한잔을 더받아마시면서..
이런줄알았으면 술안주라도 해놓을것을...울남편은 쵸쿄파이에 술을 기울이며 옛기억을 더듬었어요..이사람을 만나.20년을 되었구나..새삼스러웠어요..
가만히 남편을 바라보며 "여보..나한테..고마운거 있어..?"..이런물음에 남편는...가만히 웃기만..챙기기좋아하는남편이..지금하고 사정이 달랐으면 꽃이라도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했을텐데..소주반잔이라도 주고싶어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고마움과 맘아픔이 교차되었어요.."여보..앞으로 20년은 더 잘살자.." 저의 말에 남편은 미소짓기만..무슨생각을 하고있을지..말은 안하지만..전 알것같았어요..지금은 서로 많이 힘들지만..분명 우린 잘 견디고 잘될거란 믿음으로 맘이 따뜻해졌습니다..오늘아침에 출근해서 남편에게 소주반잔에 고마움을 문자로 전하고..이렇게 사연을 올립니다..어디에나 사연은 처음인데..제가 가장 유일하게 즐겨듣는 "유영재의 가요속으로" 에 저의 이잔잔한 감동을 보내드립니다..아마도 울남편은 일때문에 라디오를 들을수는 없지만..감사한순간..고마운순간을 표현하는것도 제가 요즘하는 연습중에 하나거든요..하루을 매일같이 연습해서 성숙을 바라는 애청가입니다..남편에겐 항상건강하고 힘내라는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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