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악처란 걸 알만한 사람은 다안다
왜냐 ? 다 남편 떄문이다.
사람 좋고 실속 없는 우리 남편은 친구나 주변 사람들의 딱한 처지를 그냥 넘기지 못한다.
자기 호주머리를 털다
자금 바닥나면 카드까지 남발한다.
그뒤엔 통 돌려받을 생각을 안 한다.
그러고 보면 빌려간 사람들도 남편 성격을 휜히 알고 있어서 처음부터 줄마음도 없다.
그래서 빚 안 갚는다고 원수 진 사람이 아직까지 한 사람도 없가. 내가 또 누군가. 나는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확실한 사람이다.
누군가 돈약속을 어기면 속에서 불이 나는 사람이다.
다혈질에 목소리도 크고 어릴 때부터 고약하기로 소문난 나였다.
고약한 걸 보면 틀림 없는 우리 아버지의 딸이라고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여기엔 사연이 있는데
두 분의 부부싸움 긑에 아버지가 밀리면
"내가 군대 갔을 때 재가 생겼는데 누가 알어. 내 자식아닌지?" 이런 말로 어머니를 놀리신다.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는 누가 봐도 확실하게 어머니의 중년 모습을 쏙 빼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물론 불 같은 고약한 성질은 아버지와 한치도 안 틀리기에 내리물림되었다는 걸 주변 에선 다 안다.
하긴 어머니 색시 적에 군대 간 아버지의 군기를 받고 태어나선지 어릴때 부터 아버지는 "너는 크면 경찰이나 군인 됐으면 좋겠어. 여장부 났당게"이러면서 혀를 차셨다.
그래서 악역이라면 난 타고난적임자다.
둘 중에 하나라도 정신 차려야 살림이 제대로 되지 않곘는가.
돈 안 갚는 사람 명단을 적어 수금하러 다니기 시작하면 남편 친구들은 귀신같이 알고 휴대폰 끄고 며칠 잠수해 버린다
. 아마 자기들끼리 비상 연락망이라도 있나 보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추적한다. 최근 사건은 올 좀에 가장 끈질기기로 소문난 딸딸이 아빠가 숨어다니다가 결국 두 손을 들고 자진 납부하여 광명을 찾았다
. 나한테 시달리는 동안 딸딸이 아빠는 집에도 못 들어가고 길에서 잤다. 벼룩도 낮짝이 있다는데 결과는 성공이였지만
그 이후 딸딸이 아빠를 볼 면목이 없어 이번엔 거꾸로 내가 숨어다녔다. 그런데 정확히 지난 7월 23일,아니 글쎼 휴가지에서 오랜만에 늘어지게 낮잠을 자려는데 멀리서 반갑다고
김밥통을 흔들며 달려오는 한 사나이 아! 꿈에서 마왕을 본 것보다 더 무서운 딸딸이 아빠가 아닌가.
그 순간 땅에 지진이라도 나 땅과 함께 꺼졌으면 했다.
또 한 사건 어느 날 남편 이름으로 1천만 원이 넘는 카드대출 명세서가 우편함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바닥만한 남편 사업에 왜 이리 큰돈을 썼을까?
당장 밖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자기도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뗐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결국 사업하는 선배에게 자금을 대주느랴 카드를 넘겨 준 사건이었다.
그 선배는 자주 왕래가 없어서 천하에 사람 좋은 우리 남편이 어떤 마누라와 사는지 몰랐던 모양이다.
처음엔 위엄도 세워 보고 자기를 어떻게 보고 그러느냐 호통도 치다가. 내 호된 맛을 보고야 싹싹 빌고 돈을 내놓게 되었다.
어느 땐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회의도 들고 남편이 밉기도 하지만. 남편친구들은 떄론 남편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보통 남자들이 사업하다
잘못돼도 아내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가슴앓이하다 큰 병을 얻거나 술에 빠지기도 하는데,
우리남편은 억척 같은 아니맨 믿고 철없는 선심을 팍팍 잘도 써대니 말이다. 한번은 내가 친구 꾐에 빠져 전 재산인 전세금을 날린 적이 있다. 그때 남편은 내게 뭐라고 했던가.
"여보, 돈보다 내겐 당신이 더 중요하구만. 돈 잃고 당신 잃으면 쓰겠는가." 그러면서 심장에 불이 나서 뒤척이는 내 등을 쓸어 주었다. 사실 우리 남편은 지독한 짠돌이다.
지금도 꼭 도시락을 싸가는데 가끔 늦잠을 자다 준비하지 못하면 하루 종일 굶고 얼굴이 반쪽이 되어 저녁에 폭식을 한다.
자기는 식당 가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그런다지만 속마음은 내가 다안다. 돈만큼 실속업싱 나오는 식장밥에 속이 쓰린 것이다. 그리고 아파트에 버려진 쓸만한 물건은 밥중에 자다 일어나서도 꼭 가져온다.
신문은 하루 지나 폐지더미에서 찾아 읽고, 구두는 늘 꼭 끼거나 헐렁거려서 발에 걸치고 다닌다.
왜냐하면 큰 구두,작은 구두 가리지 않고 주워 신어서 그렇다.
비오는 말에는 맨손으로 갔다가 저녁에 올 떈 버스에서 남이 놓고 내린 우산을 꼭 들고 온다
. 머리는 최대한 길렀다가 확 올려 깎아서 종종 남편 얼굴을 못 알아볼 떄도 있다,
우리 집엔 볼펜이 넘치는데도 어디서든 굴러다니는 볼펜은 어김없이 주워온다.
어찌 보면 남의 어려운 처지 헤아리다 아내에겐 구박덩어리가 된 남편이지만 성실하고 근면한. 그래서 모범 가장인 남편은 요즘 같은 불황에도 그럭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꾸려나간다.
그게 다 심은 대로 거두는 것 아닌가.
짠돌이 남편,
이 삼복더위에 7월 매출장부를 보더니 맹꽁이 배를 불쑥 내밀며 "이번 달만 같아라
. 짭짤하구먼" 하고 으스댄다.
흘끗 넘겨보니 정말 짭짤하다.
며칠 전 애 약역도 확실히 소문이 났는지 혜미 엄마가 자기 곗돈 뗴인 것 받아 달라고 해서 속이 뜨금했다.
크산티페가 괜히 악처인가.
철학 한다고하릴없이 사람들만 몰고 다니며 말만 그럴 듯 한 소크라테스랑 살다 보니 그렇게되었지.
그래도 소크라테스는 마누라 덕에 굶어죽지 않고 감옥에서 죽었다고 전해진다.
서영은 -숨바꼭질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