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은 허헌선 부부의(엄마 어렸을 적엔..)..
박목월 / 가 정
지상에는
아홉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 전등이 켜질 무럽을
문수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 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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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들아..
조심하그라..
아버지 밥 엎어질라~~
겨울 바람이 약한 문풍지를 흔드는 겨울밤..
빨간 밍크 담요 밑으로..
아버지 저녁밥 한그릇이..
아랫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매서운 겨울 바람과..
눈길을 맞서며..
언덕을 넘어오실 우리 아버지..
많은 자식들로 바글 바글하던 그시절..
십구 문반으로 넘쳐나던..
가정들이 참 많았던 그때..
아버지의 존재는..
가정에서 가장 큰 존재였습니다..
결코 어설픈 존재가 아닌..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었던..
아버지..
아버지 등은
많은 자식들로 늘 무거웠지만
그래서..
늘 매서운 겨울만큼
그리고..
무거운 눈을 늘 얹고 다니시듯
힘둘었지만..
그렇게..
아버지는 그렇게 연민의 삶을
살아 오셨지만.
아버지의 미소뒤에는 어쩌면
미처 고여 흐르지 못한
눈물이 먼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
여든이 넘으신 당신을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이제는 그 무거웠던 등에
짐이 조금씩 덜어지고 나니
왜이리 약해 보이는지요
아직도 등에 지고 내리지 못하는
짐들을 보니 마음이 왜이리 아린지요
늘 고마우신 우리 아버지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정태춘..떠나가는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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