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합니다
이금하
2012.01.22
조회 107

사진 출처..네이버 포토

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 / 함민복


여보시오___누구시유___

예, 저예요___

누구시유, 누구시유___

아들, 막내아들___

잘 안 들려유___ 잘.

저라구요, 민보기___

예, 잘 안 들려유___

몸은 괜찮으세요___

당최 안 들려서___

어머니___

예, 애비가 동네 볼일 보러 갔어유___

두 내우 다 그러니까 이따 다시 걸어유___

예, 죄송합니다. 안 들려서 털컥.


어머니 저예요___

전화 끊지 마세요___

예. 애비가 동네 볼일 보러 갔어유___

두 내우 다 예, 저라니까요! 그러니까

이따 다시 걸어유 어머니 . 예,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안어들머려니서 털컥.



달포만에 집에 전화를 걸었네

어머니가 자동응답기처럼 전화를 받았네

전화를 받으시며

쇠귀에 경을 읽어주시네

내 슬픔이 맑게 깨어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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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바다였습니다

엄마는 산이였습니다

엄마는 들이였습니다

엄마는 새벽이었습니다



그렇게..

새벽부터 하루를 깨어나게 하셨던

우리 어머니..

이제는 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합니다



어머니 두 귀에서..

파도 소리가 멀어져 가고..

산새 소리가 멀어져 가고..

들꽃 향기가 멀어져 가니..

이제서야 내가 알게 됩니다



어머니 나의 어머니

이제라도 내가 어머니를 깨어나게 할께요

부지런한 새벽같은 엄마가 되지는 않더라도



어머니 두 귀에..

바다가 되어..

산이 되어..

들이 되어..

아침이 되어..

어머니를 깨어 드리게 할께요



그동안 고생하신 우리 엄마를 보았기에.
그동안 우리 엄마 몸이 녹이 슬어 가는 모습을 보았기에.
콜드크림 하나로.
나뭇잎처럼 바스락 거릴듯한 얼굴에

기름칠을 하신게 다이셨던 우리 어머니..


이제는 우리 엄마 귀에도 녹이 슬었는지
그 몹쓸것이
우리 엄마를 답답하게 합니다
그 몹쓸것이 생길동안
엄마는 모르는체 자식들에게 보여주지 않으실려고
그렇게 애쓰시며 살아 오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몸에 베어버린 그 몹쓸것..
녹이 슬어버린 엄마에게.

저는 무엇을 해줄수 있을까요


하루에 한 번씩

딸 목소리 들려주기 운동을 열심히 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엄마 귀에 녹이 슬지 않도록
내 슬픔이 맑게 깨어나더라도 말이지요
그리고 불러 봅니다

보고싶은 얼굴..나의 어머니..

엄마~~


보고싶은 얼굴-이은미
찔레꽃..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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