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보낸 한 철
황원숙
2012.02.14
조회 69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해 대입시험을 치른 수험생 엄마입니다.
다들.. 쉬운 '물 수능'이라 했지만, 저희 아들은 평소 실력보다도 못한
점수를 받았지요.
11월10일 수능시험을 마치고 부터 시작 된 속상함은 그 후 치뤄진
대학별 수시시험에서도 줄줄히 낙방의 고배를 마시면서 더 무거워졌습니다,,,
치열한 정시 원서접수의 머리싸움을 거쳐 정시지원을 했답니다..ㅜㅜ
1월 중순부터 발표 된 학교별 합격자 명단....
그 어디에도 우리 아들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가슴 한켠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지요..

설날....오랫만에 만난 친척들의 '"대학 어디갔어~" , "올해 수능은 쉬웠다며~", "아이쿠,,, 어쩌니... 다 떨어지면 재수 할거야~" 라는 소리들이 가슴을 무겁게 짖눌렀지요.. 그래도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의연하려고...
노력했었지요.... 좀 무심히 지나쳐 주면 고마웠을텐데 말입니다..

이번 주에는 각 대학별 추가합격자가 발표됩니다..
어제 발표된1차 합격자 명단에, 우리아들. 이름. 없더군요ㅜㅜ..
그래.. 알고있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말하며, 2차 발표를 지켜보자고
얘기했지요. 울아들..고3, 반모임이 있다며, 16일부터 시작되는 재수학원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마지막 만남이라며 집을 나서더군요..
그래.. 너도 마음이 무겁겠지. 친구들 만나서 따뜻한 밥도 먹고, 수다도 떨다보면 무거운 마음이 좀 풀리겠지... 싶어서 갔다오라 습니다.

11시가 되어 들어 온 아들, 얼굴이 ... 약간 불그스레 하더라구요.
현관에서 스치는데 술 냄새가 났습니다.
이런~~~ 두 달 동안... 잘 참았던 울화가 확~~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런 십장생~~ 쌍화차야~~, 니가 지금 술 먹고다닐때니!!"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날 것 같더라구요.
고등학교 3년 내내 모범생으로 잘 자라 준 아들...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술 먹고 들어오다니.. 술이라고는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아이가.. 것두, 계속해서 낙방의 고배를 마시던 중에...

기가 막혔습니다.
재수를 할건지,.,, 올 한해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이때... 소주를 한병 반이나 마셨답니다..
너무 속이 상했어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저런... 말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왔어요..
아들도 마음을 졸이며 보낸 시간이었겠지요.
누구보다도 자신의 일이니까요.
하지만, 저도 돌이켜 생각 해 보면,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였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수능... 그건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던지 그 이상일거라구요. 그 말이 꼭!! 맞았습니다. 그말이 이렇게 가슴으로 들어올 줄 몰랐습니다.ㅋㅋ
수능을 보고 난 후 3개월......
계절이 한번 지나가는 시간입니다.
그 한 철이 제게는 정말 지옥같은 시간이였습니다.
예전처럼 시험보고 결과나오고 대학지원하고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3개월 동안 계속되는 시험과 결과....결과.....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매일을 가슴졸이며... 살고있답니다. 수험생 부모의 그 마음을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절대로 모를겁니다...
영재씨...
이번 주 계속되는 추가합격 명단을 보며, 실망하고...실망하고....
그러다가... 환호하는 날이 올까요?

오늘 아침,
남편은 어제 소주 한병 반 먹고 들어 온 아들 해장국 끓여주라하고
출근했습니다. 참.... 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흘러버린 걸까요...
세상에 태어나 한걸음 첫 발자욱을 띠던 우리 아이가 스무살이 되고 수능을 보고 술을 마시고 들어왔으니.... 이 모든 상황이 절 여전히 지옥에 묶어두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지나친걸까요? 에효~~~

영재씨...
아무데도 얘기할 데도 없고, 위로받을 곳도 없어서 매일 듣고 있는
'유가속'에 사연을 적어봅니다...
이렇게라도 얘기하면 좀 풀릴까 해서요...
추가합격 발표가 계속되는 이번 주 ....
잘 버텨야 할텐데... 제게 힘을 좀 주십시요...
좋은 음악으로...
선물도 주심 더 위로가 될까요? ^^

이 글 올리고 전 동네 뒷산이라도 오르려고 합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친 이발사의 심정으로 이제 막 새순을
피워올리려고 하는 나무들 속으로 들어가서 참나무라도 하나 껴안고...
위로를 받고오려구요...
그러다가 눈물이 나면 어쩌죠?ㅋㅋ

오늘도 어김없이 4시에 영재씨 만나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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