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즐겁기만한것은 아니지요.
김정숙
2012.05.21
조회 55
수학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누구든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들만
떠올리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수학여행이 사춘기시절 절망을 안겨준 단어랍니다.
78년 중학교 2학년 한참 꿈 많고 부끄럼 많은 나이의 학생이었답니다.

너무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경주로 가는 수학여행비 6천원이 없어
수학여행 신청을 할수가 없었어요.

어느날 담임선생님은 "수학여행 못가는 사람 손들어봐"
조심스레 손은 든것은 달랑 저 혼자 였습니다.

모든반 친구들이 안타까워 하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데 부끄럽고
창피해서 고개를 들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선생님은 "김정숙 너는 내가 보내줄테니 손 내려"
저는 그 말씀이 꿈인가 생시인가 믿을수가 없었어요.

친구들은 일제히 "와~~정숙이는 좋겠다 나도 안간다고 할걸"
하면서 함께 수학여행 가게된것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저는 학교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엄마한테 자랑을 늘어놓았지요
"엄마 엄마 나 선생님이 수학여행 보내주신데 "
"그래? 어이구 너의 선생님 참 좋은분 이시구나"

저는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요.
하지만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어요.

여행가기 며칠전 교실에서 선생님은"아직도 수학여행비 안내사람 손들어봐"
몇몇친구들이 손을 들었고 저는 가만히 앉아있는데 "김정숙 너는 왜
손 안들어?"

친구들은 "선생님이 보내주신다고 하셨잖아요"
"내가 언제 나 그런적 없어"

이 순간 저는 너무나 창피했습니다.
처음부터 안간다고 했을때 아무말 하지말지 친구들 앞에서 보내준다고
약속까지 했으면서 이제와서 그런적 없다고 하시는 선생님이
너무도 야속하고 미웠어요.

친구들은 모두들 수학여행을 떠나고 저는 학교 독서실에 나와서 혼자
공부를 하였답니다. 공부하고 싶어서 한것이 아니라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분이니 가지 않는 사람은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 하더라구요

가정형편도 원망되고 나에게 잠시나마 꿈을 안겨주었던 선생님도 원망되고
책일 펼쳤어도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름도 잊혀지지 않는 곽 ㅇㅇ 선생님..
저에게는 기억할수 없는 여행 이지만 전 그 뒤로 약속을 쉬 하지 않는답니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것을 그 시절에는 왜 그리도 힘들었던지..

이렇게 저의 꿈많은 소녀시절의 수학여행은 상처만 남은 여행 이었답니다.
아직 경주에 가보지 못한 49살의 아줌마가 된 지금..
가족과 함께 못가본 경주에 시간내어 가봐야겠어요.

승화님..
추억은 좋은 추억만 있는것 아니지요.
오늘도 그 추억을 바탕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씩씩한 주부의 경험담
이었습니다.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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