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승화씨
저는 가끔 '라디오 방송' 을 통해 사랑과 만남의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나 역시 예전에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곤 합니다.
20년전! 1992년도 지금의 남편을 우연한 기회에 숙모의 소개로 만났는데, 키도 그다지 크지 않고, 거기다가 검은 뿔테안경까지 썼기에 더욱 제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답니다.
그래서 첫 만남 이후로는 두 번 다시는 보지 않겠노라고 소개해 준 숙모님께 말씀을 드렸지요.
근데, 나와 소개팅한 그 남자!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내가 근무하는 직장인 의류매장에 편지를 보내 오는게 아니겠어요.
저는 그냥 쓰레기통에 넣어 버리려다가 그래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읽어봤는데, 생각외로 글도 참 예쁘게 잘 쓰고 내용도 참 진솔하더군요. 그렇다고 넘어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무시해 버리기로 했죠.
그리고 며칠 후, 의류매장에서 크게 틀어놓은 대구방송 '가요산책'이라는 라디오 프로를 통해 제 이름이 나오는게 아니겠어요.
내용인즉, "며칠 전 소개받은 그녀가 너무나도 보고 싶어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답니다.
그녀에게 내 맘을 전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어서 이렇게 라디오 프로에 글을 올립니다. 보고픈 김외순씨! 지금 이 방송 혹시 듣고 있으시거든, 제발 연락 좀 해 주세요" 라고 하는거 있죠.
거기다가 "김외순씨를 생각하면서 김승진의 '스잔' 노래 신청합니다"라고 하면서 당시 제가 제일 좋아했던 김승진씨의 노래를 신청하는게 아니겠어요. 그러자 의류매장에 저와 같이 근무하는 점원들은 모두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환호를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남자의 남자다운 용기와 또 저를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하고 말았답니다.
결국 저는 그 날 그 라디오 방송 덕분에 다시 그 남자와 만나게 되었고, 지금 저의 영원한 동반자인 남편으로 제 옆자리를 지키고 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라디오 방송을 들을 적마다 20년전 부부의 연을 맺게 해 준 대구방송 라디오 프로가 생각나곤 합니다.
20년전 연애의 추억이 깃든 그 일을 회상해 보면서 김승진의 '스잔" 이라는 노래를 신청해 봅니다. 들려 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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