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내가 할 소리...여긴 웬 일이냐?”
“그냥, 술 한 잔 얻어먹으려고...”
지난 7월 21일은 내 50회 생일이며 또 친구 M의 모친 8순 잔치도 있었지만 나 역시 형제들과 모여 조촐한 저녁을 먹느라 참석을 못했었다.
M은 고교 동창이다.
한창 일을 하고 있는데 공장으로 불쑥 찾아와서 술 한 잔을 사란다. 일을 끝마치고 근처 양꼬치 집에 가서 소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눈다.
M은 도깨비고 오뚜기다. 일을 하다가 뒤집어엎기를 여러 차례... 난 한 길을 30년째 걸어왔다. 그럼에도 나름 내 분야에서는 전문가라 자처할 수 있지만 주머니 사정만큼은 전문가답지 못해 가족에게 늘 미안하다.
M은 작년 가을에 내게 그랬다. 자기 앞에서 상품 개발을 해야 자기가 받아 라인을 설치를 해야 하는데 개발팀에서 개발을 안 하니 올 봄이 걱정이라고. 그런데 그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고 다시 가을이 되었는데 M이 내게 얘기를 한 게 바로 공장을 접었다는 말이다.
M은 늘 힘들어 하는 내게 그랬다. 공장을 세우는 것 보다 접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고. 그런데 그 힘들다는 공장 접기를 한 것이었다.
난 M에게 술을 많이 얻어먹었다. 늘 미안해하는 내게 거꾸로 M은 학교 다닐 때 도시락을 많이 빼앗아 먹었고 지난 IMF 때도 우리 공장에서 점심을 많이 얻어먹었기에 술 한 잔 더 사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주는 사람은 잊는 법이지만 얻어먹는 사람은 고마움을 잊지 못 한다.
내가 소형차를 13년 째 모는 동안에 M은 대형차를 몇 번이나 바꿨다. 부러웠지만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라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런 M이 내게 술 한 잔 사라니 내막은 일찌감치 감지했으나 그의 자존심 때문에 내색은 하지 않았는데 본인이 스스로 말을 꺼내니 내 마음도 가벼웠다.
M은 보통 남자 그렇듯 한 뻥을 했기에 얻어먹는 기회가 많았다. 잘 나가니까 한 턱 내라면 속은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는 웃으며 잘도 샀다. 그러던 M이 거꾸로 술 한 잔 사라고 찾아왔으니 마음이 아프다.
한 때는 잘 나갔는데, 한 때는 정말 잘 나갔는데 세상사 알 수 없다.
친구야, 힘내시게.
또 좋은 날도 찾아오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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