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책장의 책들을 정리하다 책갈피 속에 끼워진 낙엽을 발견했습니다. 그 낙엽은 제 딸아이가 작년 가을에 학교갔다 돌아오면서 제게 주워다 준 낙엽이었지요.
학교에서 막 돌아온 딸아이가,
"엄마, 눈감아 봐! 내가 엄마한테 줄 선물이 있어. 마음에 안 들더라도 싫다고 하진 말구.."
"싫다고 하긴.. 궁금하니까 얼른 줘봐."
눈을 꼭 감은 제 손 위로 올려놓은 것은 바로 그 예쁜 낙엽이었습니다.
가을물이 참 예쁘게 배인 낙엽이었죠.
그런데 그 낙엽이 독특했던 게,
깨끗하고 반듯하게 생긴 낙엽이 아니라
벌레먹은 까만 자국도 있었고, 한쪽 귀퉁이는 동그랗게 파여서 아예 없어진 그런 낙엽이었습니다.
알듯 모를듯한 엄마의 표정을 찬찬히 훓어보던 제딸아이가 했던 말이 걸작입니다.
"엄마는 자연을 정말 좋아하잖아. 꽃도 좋아하고, 나무도 좋아하고, 산도 좋아하고.. 내가 보기엔 진짜 별로인 것도 엄마는 "자연그대로니까 다 이쁜거야"라고 했잖아.
그래서 엄마는 낙엽도 이렇게 벌레먹어서 구멍이 좀 뚫린 걸 진짜 이쁘다고 할 것 같아서 이걸 골랐는데. 어때?"
그 당시.. 길을 가다 낙엽을 몇개 주워 책갈피에 끼웠는데 저는.. 반듯하고 색이 예쁘게 든 것만 골랐거든요. 딸아이의 기특함때문에 왠지 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초등생 우리 딸 안목이 엄마보다 훨씬 낫죠^^
벌레 먹은 작년 낙엽을 보며, 딸아이의 기특함과 사근사근한 예쁜 마음이 생각나 가슴가득 행복함에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
이쁜 딸에게 가을물이 가득 담긴 좋은 곡 하나 선물해 주고 싶네요..
서영은의 “가을이 오면”

가을의 노래)딸아이의 가을 선물..
위정숙
201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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