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박민정
2012.10.08
조회 37
친구를 만나러 괜히 서울대에 갔어요. 친구와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잔 마시고 서울대 화장실(쓸데없는 강조)로 들어갔어요.ㅋㅋ
저희는 둘다 밥을 먹고 나면 바로 양치질을 하는 습관이 있었거든요.
화장실로 가서 양치질을 하고있는데 어떤 기골이 장대한 아이 엄마가 엄청 작은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로 들어오시더라구요. 엄마는 용무가 아주 급하셨는지.. 아이를 세면대 앞에 놔두고 화장실로 황급히 사라졌어요.
아장아장 걷는 정도의 아이는엄마가 없어지자 엄마가 들어간 칸으로 가더니... 손바닥과 주먹을 이용해 문을 때리고 발로 문을 빵빵 걷어차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면서 비명을 질렀어요.
그런데 그 비명소리의 데시벨이 돌고래와 거의 흡사하여 화장실을 울리게 하였고 급기야 저의 귀를 자극해 왔죠.
평소 아주 유달리 아이들을 싫어하고 특히 소리지르는 아이를 싫어하는 저로서는 참기 힘들었어요.
엄마도 화장실안에 들어가 있겠다...
아이에게 훈계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죠. 저는 입에서 칫솔을 빼고 눈을 왕방울 만하게 뜨고 눈을 부라리면서 (제 눈이 좀 커요)아이를 쳐다봤고...
아이의 소리를 점점 작아지면서 다른 곳을 보면서.. 소리를 조금씩 지르더라구요.
그래도 아직도소리를 지르길래 저는 칫솔로 그 아이를 가르키면서...쳐다봤고...두번째 손가락을 제 코에 가져다 대며.. "쉿" 조용히 하라는 엑션과 그렇지 않을경우 한대 맞을 수도 있다는 엑션을 취했어요.
안에서 엄마는 급한불은 끄셨는지...
엄마가 금방 나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더라구요.
아이는 저의 훈계와 협박을 받고 순한 양처럼 되었어요. 문앞에 가만히 서서 엄마를 기다리더군요.
전 으쓱했어요. 공공장소에서 예의 범절 모르고 소리지르고 날뛰는 애들은 부모가 훈계하지 않기때문이라는 주장을 제가 증명한 셈이였죠.
친구는 저에게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이야~너 짱이야"하는 메세지를 전달했죠.

이윽고 아이의 엄마가 나왔어요. 엄마를 보고 칭얼대거나 옹알이로 짜증부릴거라는 우리의 예상을 꺠고
아이는 꽤 또박또박한 말투로 엄마에게
"엄마~~나 저이모 무셔워... 저이모....초록쉑 이모~무셔워... 저 이모가 나한테... 쉿 이렇게 하고 막 눈 이렇게 했쎠...엄마 나 이모 무셔워...무셔워셔 쉬마려~ 엄마 혼내줘"

허걱~~~~~~~~~~~~
말을 할줄 아는 애였어? 정말 작은 아이였거든요. 말을 할수 있을거라곤 예상도 못했는데...
기골이 장대한 엄마는 저를 쳐다보며 제 쪽으로 걸어왔고..
저는 열심히 양치를 하고 입을 헹궈냈어요. 그러자 그 엄마는
"이 이모가 왜 그랬을까아~~~~~~~~~~~~~~~"하며.. 아까 저보다 더 크게 눈을 부라리며 나갔답니다.
헉... 식겁했어요. 요즘아이들 언어영역 발달 짱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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