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점 사연입니다. 학과 선배가 지방에서 결혼을 하는 통에 결혼전날 늘 같이 몰려다니던 형들과 지방에 내려가 일박하고 결혼식에 참석하는 여정이었죠. 우리 일행은 다섯명정도였고 우리와 같은 일정으로 그 선배의 고등학교 동창, 중학교 동창분들도 모두 모여서 술을 같이 마시게 되었습니다. 서로 안면도 틀겸 노래방에 가서 노래대결을 벌려서 곡당 얼마씩 진쪽에서 벌금을 내는 식으로 모아서 술값을 하자는 제안에 모두 찬성해서 노래대결이 벌어지게 된 겁니다. 우리팀엔 비밀병기가 있어서 모두들 내심 자신있어 했습니다. 비밀 병기란 다름아닌 음악을 하시던 형이 있었거든요. " 롹커 " ... 머리도 장발로 기르고 다니면서 고개와 시선은 전방 좌상향 45도 또는 우상향 45도... 학점에 벌벌 떠는 우리들을 늘 측은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하여튼 멋진 카리스마의 롹커 횽님이 계셨던 겁니다. 먼저 사기 제압용으로 롹커 형이 상대가 주눅들지 않을 정도로 선곡해서 뽑아냈고 점수는 95점 이상이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 군요. 암튼 방안에 모든 사람들이 환호 했고 우리는 테이블에 올라올 상대팀들이 내놓을 술값에 기뻐했죠. 그런데 상대팀에 여유로운... 너무나 자연스러운 마치 숨어있던 무공의 고수분이 짓는 그런 웃음을 짓고 계시던 분이 나오셔서
선곡을 하시는데 우리의 " 롹커 " 횽님이 그토록 경멸하는 뽕짝... 트로트 곡을 선곡하시는 겁니다. 그 분은 제가 보기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치 제비가 자신의 비장의 필살 곡을 따라 사냥감을 플로어에서 정신을 빼 놓듯이...( 죄송합니다 방송에 적절치 않은 표현 같군요..) 암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곡을 마쳤습니다. 점수는 100 점... 저희가 졌습니다. 이에 흥분한 " 롹커 " 횽님은 뭐 그럴 수 있다는 표정으로 호기좋게 다시 곡을 선곡하시고..더 열창을 하셨지요.. 전 롹커의 목에 핏대 서는 장면을 그처럼 가까이 본적이 없답니다.. 암튼 그렇게 열창을 했는데 100점은 안나오더군요.. 곡이 끝나자 마자 그 문제의 여유로운 아저씨는 가볍게 마이크를 잡더니 .. 아 지금생각해 보니 마이크 잡는 폼도 뭔가 고수 같았네요.. 암튼 또 가볍게 한곡을 마치고 또 백점... 그날 밤은 정말 뭔가에 홀린것 같았습니다. "인생도처에 유상수"라고 유횽준씨가 말씀하시더니... 정말 도처에 고수가 널렸구나 생각해도 너무 억울 하더군요. 노래방에서 나오다가 슬쩍 물어봤죠.. 뭐하시는 분이시냐고.. 했더니 그 여유로운 웃음을 유지한채로 자연스럽게 말씀하시더군요.. 노래방 사장이라고... 그 분은 노래방 기계의 특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셨던 거지요... 저와 비슷한 게임을 하실 분들은 상대방에 노래방사장님계시는지 꼭 확인하셔야 할 거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군요...벌써 20년 가까이 지난 사연이네요. 노래방이라는 주제로 말씀 하시는 것을 들으니 늘 생각나고 웃음짓게 하는 사연이라서 용기내어 적어봅니다. 신청곡은 " 롹커 " 횽님이 작곡에 참여 했노라고 늘 자랑하시던 " 이 덕진 의 내가아는 한가지 " 라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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