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감사하며...
이미애
2013.01.27
조회 57
아침 출근길에 듣는 김용신님의 "그대와 여는 아침" 그리고 퇴근길에 듣게 되는 박승화님의 "가요속으로"
10년이 훨씬 넘은 소중한 저의 발인 자동차의 라디오는 제가 직장일을 시작한 10년 전부터 늘 93.9 에 고정되어 있지요.
어느 날 타게 된 친구의 차에도 93.9가 고정임을 알고 왜 그리도 반갑던지요.

마음이 좋은 날은 좋은 날대로 마음이 어두운 날은 어두운 날대로 cbs fm방송은 제게 늘 친구같이 함께 하며 음악으로 제 삶을 위로해주곤 합니다.
늘 감사히 듣고 있으면서도 정작 감사의 인사를 남기는 건 처음이네요.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으면서도 공기의 감사함은 잊고 살듯이 아마 그와 비슷한 느낌인 듯도 싶습니다.

오늘은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승화님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올해 고 3이 되는 제 아들녀석은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마음이 편치 않을 때면 혼자 배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일 줄 아는 예쁜 아이지요. 기타를 너무 갖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몇 년전 기타 하나를 장만해 주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가장 싼 걸로 사주었었지요. 그래도 처음으로 기타를 가졌다는 기쁨에 아이는 그걸로 혼자 기타 코드를 익혀가며 배우고 즐기더군요. 그런데 싼 게 비지떡인지 이 기타가 이젠 아무리 조정을 해도 기탓줄의 흔들림이 심해져 둔감한 제 귀에도 형편없는 소리가 느껴지네요.
아이는 기타를 새 것으로 바꿨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으나 아이 아빠의 실직상태가 몇 년째 이어오니 그것도 쉽지 않은 상태지요.
아이의 삼촌이 아이가 기타를 좋아하는 걸 알고 삼촌이 치던 기타라도 가져가라고 했는데 좋아라 가져올 줄 알았더니 아이는 괜찮다며 왠일로 거절을 하더군요.
집에 돌아와 거절한 이유를 물어보니 숙모 얘기를 들으니 삼촌이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방에 들어가 기타치며 노래하다 나온다고 했는데 자기가 그 기타를 가져오면 삼촌은 어떻하냐며, 그래서 차마 가져올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마음을 쓸 줄 아는 예쁜 녀석이라 더 안쓰럽더군요.
승화님,
가끔 선물증정에 기타가 있는 걸 방송에서 몇 번 들었는데, 그때마다 저 기타가 울 아들에게 하나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하고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오늘도 제 방에서 공부하다 머리를 식히며 낡은 기타를 치는 아들을 보며 어렵게 이런 부탁을 드려봅니다. 통기타든 일렉트릭기타든 어떤 기타라도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 지 알기에 감히 부탁드려봅니다.
늘 음악으로 위안받으며 감사한데, 불쑥 이런 부탁까지 드리게 되어 참 염치없다는 생각이 뒤따릅니다.
오늘도 승화님 방송 들으며 또 위안받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추신: 제 아들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임재범씨랍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음악 신청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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