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듣는 김용신님의 "그대와 여는 아침" 그리고 퇴근길에 듣게 되는 박승화님의 "가요속으로"
10년이 훨씬 넘은 소중한 저의 발인 자동차의 라디오는 제가 직장일을 시작한 10년 전부터 늘 93.9 에 고정되어 있지요.
어느 날 타게 된 친구의 차에도 93.9가 고정임을 알고 왜 그리도 반갑던지요.
마음이 좋은 날은 좋은 날대로 마음이 어두운 날은 어두운 날대로 cbs fm방송은 제게 늘 친구같이 함께 하며 음악으로 제 삶을 위로해주곤 합니다.
늘 감사히 듣고 있으면서도 정작 감사의 인사를 남기는 건 처음이네요.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으면서도 공기의 감사함은 잊고 살듯이 아마 그와 비슷한 느낌인 듯도 싶습니다.
오늘은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승화님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올해 고 3이 되는 제 아들녀석은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마음이 편치 않을 때면 혼자 배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일 줄 아는 예쁜 아이지요. 기타를 너무 갖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몇 년전 기타 하나를 장만해 주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가장 싼 걸로 사주었었지요. 그래도 처음으로 기타를 가졌다는 기쁨에 아이는 그걸로 혼자 기타 코드를 익혀가며 배우고 즐기더군요. 그런데 싼 게 비지떡인지 이 기타가 이젠 아무리 조정을 해도 기탓줄의 흔들림이 심해져 둔감한 제 귀에도 형편없는 소리가 느껴지네요.
아이는 기타를 새 것으로 바꿨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으나 아이 아빠의 실직상태가 몇 년째 이어오니 그것도 쉽지 않은 상태지요.
아이의 삼촌이 아이가 기타를 좋아하는 걸 알고 삼촌이 치던 기타라도 가져가라고 했는데 좋아라 가져올 줄 알았더니 아이는 괜찮다며 왠일로 거절을 하더군요.
집에 돌아와 거절한 이유를 물어보니 숙모 얘기를 들으니 삼촌이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방에 들어가 기타치며 노래하다 나온다고 했는데 자기가 그 기타를 가져오면 삼촌은 어떻하냐며, 그래서 차마 가져올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마음을 쓸 줄 아는 예쁜 녀석이라 더 안쓰럽더군요.
승화님,
가끔 선물증정에 기타가 있는 걸 방송에서 몇 번 들었는데, 그때마다 저 기타가 울 아들에게 하나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하고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오늘도 제 방에서 공부하다 머리를 식히며 낡은 기타를 치는 아들을 보며 어렵게 이런 부탁을 드려봅니다. 통기타든 일렉트릭기타든 어떤 기타라도 아이가 얼마나 좋아할 지 알기에 감히 부탁드려봅니다.
늘 음악으로 위안받으며 감사한데, 불쑥 이런 부탁까지 드리게 되어 참 염치없다는 생각이 뒤따릅니다.
오늘도 승화님 방송 들으며 또 위안받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추신: 제 아들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임재범씨랍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음악 신청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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