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할아버지 때문에 너무 행복합니다
임영자
2013.01.31
조회 41

안녕하세요? 늘 좋은 방송 고맙습니다.
저는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주부입니다.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 히죽히죽 자꾸 웃음이 입가에 새어나옵니다.
우리 앞집에는 몇 개월 전에 이사 오신 할아버님이 살고 계십니다. 할아버님은 어느 대학교에 경비 일을 다니시면서 두 명의 손자와 사 십니다.
아이들 부모는 왜 없는지 잘은 모겠지만 동네 사람들 말의 의하면 돌아가셨다고 하기도 하고 사업실패로 도피생활을 하는 거라고도 합니다.
할아버님이 우리앞집으로 이사 오신 뒤로는 우리 골목이 늘 깨끗하답니다.
당신도 아침 일찍 출근하시느라 바쁘실 텐데 언제 일어나 골목까지 쓸어놓고 가시는지 너무 죄송하더군요.
저라도 일찍 일어나 골목을 쓸고 싶지만 그것은 마음뿐 제 자신도 자유롭지 못한 몸이라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택배 일을 하며 늘 피곤한 남편에게 “젊은 당신이 좀 일찍 일어나 할아버님 먼저 골목을 쓸어” 했죠. 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괘종시계까지 맞춰놓고 남편 나름대로는 일찍 일어나 골목으로 나갔지만 매번 할아버님이 이미 골목을 쓸어놓은 다음이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아침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저녁 늦은 시간에 아예 골목을 쓸더군요. 하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닌지 몇 번 그렇게 하고는 말더군요. 그래서 할아버님께 늘 죄송한 마음으로 있는데 얼마 전 아들 녀석과 시장을 다녀오다 퇴근해 오시면서 저녁 찬거리 사 오시는 할아버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고맙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돈 안들이고 하는 당신의 아침운동이니 전혀 신경 쓰지 말라고 손사래까지 저으시는 겁니다.
저는 그런 할아버님께 우리 아이들 주려고 사오던 빵을 손자들 갖다드리라고 반을 나누어 드렸습니다. 그 후 가끔 색다른 반찬을 만들 때면 한 접시씩 아들 녀석을 통해 할아버님 댁에 갖다드리지요.
옆집 젊은 애기 아빠도 골목 한번 안 쓰는데 연세 드신 분이 매일 쓴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늘 죄송해 무슨 방법으로 답례를 할까 생각을 했지요.
우리 형편이라도 넉넉하면 늘 색다른 반찬을 만들어 나눠 드리면 좋으련만 그러지도 못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할아버님 손자가 중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그래서 학용품을 조금 사줄까 아니면 우리 형편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가방 하나 마련해줄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문뜩 생각한 것이 우리 아이는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 하니까 그 교복을 할아버님 손자에게 깨끗이 세탁해 주기로 했습니다.
우리 아이 교복은 중간에 한번 바꿨기 때문에 새것이나 별 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 혹시 입던 옷이라 기분이라도 상해하시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할아버님께 우리 아이 교복을 드리면 어떠냐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할아버님은 입던 옷이면 어떠냐고 그렇지 않아도 교복 가격이 만만치 안아 걱정하고 계셨다며 어찌나 좋아하시던 지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하더군요.
이틀 후 교복을 세탁소에서 찾고 우리 아이 학용품 구입 하며 할아버님의 손자 것도 조금 사서는 교복과 함께 갖다 드렸습니다. 그러자 할아버님은 고맙다는 말씀을 몇 번을 하시며 지난 추석에 친척 분이 오시며 사온 거라며 식용유 한 병을 주시는 겁니다. 놔두고 할아버님 댁에 드시라고 했지만 굳이 받기를 간청하셨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그 식용유로 파전을 부쳐 먹었습니다. 물론 앞 집 할아버님께도 갖다드렸구요.
저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갑자기 우리가 부자가 된 것도 아니고 우리 가정에 좋은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행복할까요?
추신 부족한 글이 방송 된다면 냄비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듣고싶은 곳은 할아버님이 깁건모의 미안해요를 좋아하시더군요.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