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사 두 사람을 기르는 주부입니다.
어제는 남편의 마흔 다섯 번째 맞는 생일이었습니다.
하고 있는 신발 가게가 너무 불경기라서인지 한 집안의 가장이란 짐이 너무도 무거워선지 요즘 들어 남편의 어깨가 축 늘어져 보면 속이상합니다.
생일이라고 특별히 음식을 마련한 것도 없지만 새벽에 도배시장을 나가야 하는 남편이 먹고 나가도록 전날 미역국을 끓여 놨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입맛이 없다며 아침도 먹지 않은 채 나갔습니다. 그렇게 보아선지 여느 때보다 더욱 힘없는 남편의 뒷모습이 자꾸 저를 슬프게 하더군요.
하루 종일을 그렇게 우울한 마음으로 보냈지요.
다른 집 아내들처럼 제가 건강한 아내라면 남편의 힘겨움을 조금이라도 나누었을 텐데 저는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아내입니다.
오후가 되어 중학생 큰 딸아이 한나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저는 딸애에게 지갑에 달랑 만 원짜리 지폐 세 장 있는 것 중 두 장을 꺼내주며 닭 한 마리와 음료 두 병을 사오라고 했습니다. 음료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닭은 남편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 닭볶음을 만들었습니다.
남편은 신발 하나라도 더 팔려고 남들이 가게 문 닫는 시간보다 더 늦게 문을 닫습니다. 여느 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아침에 먹지 않은 미역구과 함께 닭요리와 음료를 내놨습니다.
저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음료 한 잔씩 따라주며 아무런 생일 선물 준비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저의 말에 남편은 “이렇게 멋진 생일상을 마련했으면 됐어.”하며 씩 웃어 보이더군요. 그러자 딸 한나가 “나는 아빠 생일선물 준비했는데.”하면서 제 용돈을 아껴 산 것이라며 핸드폰 집을 내놓는 겁니다. 그때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훅 숙이고 있던 초등학교 3학년 아들 녀석 호세아가 “나는 아무것도 아빠 생일 선물 준비 못했어요. 아빠에게 양복을 사 드리려고 돈을 모았는데 천원이 모자라 못 샀어요.”하며 아빠를 사랑한다, 힘내세요, 하는 편지를 내놓고 뭐가 그리 속이 상한지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곁에 있던 자기 누나가 “야, 양복이 얼만데 니가 그것을 사니?” 그러자 호세아 말이 “아니야 천원만 더 있었으면 아빠 양복 사 드릴 수 있었어. 저기 큰길가에 있는 세탁소문에 양복 한 벌 5천원이라고 분명히 써있어.” 하는 겁니다.
순간우리 가족은 웃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호세아는 양복 한 벌 드라이 하는데 5천원이라는 말을 사는데 5천원으로 알았던 것이었습니다.
한참 웃은 뒤 딸애가 아들 녀석에게 “야 그건....”하며 바른대로 가르쳐 주려는 것을 제가 눈짓으로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주었습니다. 어린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였지요.
남편 또한 저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호세아를 안아주며 “아빠는 양복 좋아하지 않아. 안사길 잘했어. 네가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면 그때 사줘. 알았지?”하자 그래도 호세아는 끝내 양복을 못산 것이 서러운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주먹으로 눈물을 연신 닦아냈습니다.
저는 겉으론 웃었지만 가슴으론 자꾸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것은 결코 슬픔의 눈물은 아니었을 겁니다.
우리 가족은 통닭 한 마리를 서로 많이 먹으라고 권했습니다. 행복은 참 이상하지요?. 고급 식당에서 외식을 한 것도, 값비싼 선물로 남편을 기쁘게 해 준 것도 아닌데, 우리 가족은 모두 많이많이 행복했으니까요. 행복이란, 이렇게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진다는 것을 저는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럼 건강하세요. 부족한 글이 방송이 된다면 냄비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문득 조경수씨의 행복이라는 노래가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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