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어머님은 근검절약정신만 따진다면 올림픽 금메달도 너끈히 따낼 그런 분이시랍니다.
저도 사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고 자부했던 사람이지만 시어머님 앞에만 서면 저는 영락없이 손이 크고, 헤프게 돈을 쓰는 그런 며느리가 되고 말았기에 어머님은 가까이 하기엔 항상 너무도 먼 분이곤 했답니다.
그런데 작년 봄에 근처에 사시던 어머님께서 오셔서는 이러시는 겁니다.
“너 지금 시간 괜찮냐?”
“네... 어머님. 근데 무슨 일이라도?”
“일은 무슨! 요새 날도 좋고, 꽃도 한창때가 아니냐? 요 앞 대학교 안이 꽃천지라고 해서 너랑 봄소풍 가볼라고 그러지.”
“봄소풍?... 저랑요?...”
“그려! 너랑 둘이 꼭 가고 잡다!”
한번도 어머님과 단 둘이 외출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불편함과 어색 스러움이 불 보듯 훤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내키지 않았지요. 하지만 어머님의 첫 제안을 거절할 수 없어서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나갔습니다.
도착한 대학교 안에서는 어머님 말마따나 너무도 많은 봄꽃들이 저마다의 다양한 매력과 향기를 발산하며 사람들을 마음껏 유혹하고 있더군요. 그날따라 평소에는 보기 힘든 클래식 연주회까지 열리고 있었으니 로멘틱한 분위기가 더해져서 정말 환상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전 좀 더 가까이서 그 연주회를 보려는 욕심에 앞으로 나가려다 그만 헉~ 하는 심정으로 딱, 멈추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제 옆에서 연신 미소를 머금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그 연주회를 바라보고 계신 어머님의 옆모습 때문이었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았던 어머님이 아닌 다른, 정말 다른 분처럼 보였거든요.
근검절약을 밤낮으로 외치시며 사뭇 투사와 같은 강한 눈빛을 뿜어내곤 하셨던 어머님의 모습이 아닌, 오직 순수한 열입곱 소녀의 이미지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희끗희끗한 어머님의 머리카락도 그 순간엔 하얀 안개꽃으로 보이기까지 했으니 제가 꽃향기에 너무 취했었던 걸까요^^
연주회대신 처음으로 발견한 어머님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넋나간 듯 바라보며 전 묘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지금까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분이라고만 느꼈었는데 우리 어머님도 나처럼 꽃도 좋아하시고, 음악도 좋아하시고, 사르르 녹을 듯한 따스한 미소도 지을 수 있는 분이라고 느끼니 그 순간...
가슴 한켠이 뭉클해져 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두손으로 어머님 어깨를 감싸며,
“어머니! 정말 아름다우세요^^ 진짜 짱! 예쁘세요^^”
“그게 진짜냐? 하하하하하! 어쩐지 내가 오늘 너랑 꼭 나오고 싶더라니...
이런 황송한 소리를 들을려고 그랬나보다, 하하하하하”
대학교의 잔디밭위에서 어머님과 나눠먹었던 찐달걀과 과일은 소박했지만 참 맛있었습니다.
대학교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어스름한 길 위에서 나누었던 담소는 그저 그런 얘기들인 것 같았는데 어머님과 저는 왜 그리 박장대소하며 재미있어 했던지요...
서먹서먹하고 어색하게 출발했던 소풍길이었지만, 돌아올 때는 오랜 친구와의 한 때마냥 너무도 즐겁고 행복했답니다.
무언가 막힌 담이 허물어진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때부터 어머니를 시어머니가 아닌, 나와 같은 여자로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는 거리감있는 단어 대신 같은 여자로서 서로를 바라봐 준다면 훨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우리의 삶을 채울테니까요...
신청곡 => 사월과 오월의 "장미"

(소풍가요)시어머님과의 봄소풍^^
김혜진
201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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