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가요] 어릴적 봄소풍의 추억
배정식
2013.03.02
조회 105
안녕하세요? 승화형님!
저는 매년 봄이 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들녘에 활짝핀 코스모스를 벗삼아 산으로 들로 봄소풍 갔던 추억이 생각나지만, 제게는 그리 좋은 추억만은 아니랍니다.
왜냐하면 어릴적 시골에서 우리 집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어 면소재지에서 주는 일명 '배급'을 타서 생활했답니다.
그래서 봄소풍날이 다가오면 철부지 우리들은 신이났지만, 삼형제를 둔 우리 엄마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답니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저와 두 동생이 소풍날 가지고 갈 음료수와 점심식사 준비 때문에 엄마는 부엌에서 우리들 몰래 한숨만 푹푹 쉬곤 했지요.
하는 수없이 엄마는 우리들 몰래 울 동네에서 제일 부자인 영철이네집에 가서 밀가루 두바가지를 얻어와서는 동그랗게 만들어 그 속에 콩을 한두알 넣어 솥에 쪄서 일명 빵떡(개떡이라고도 함)을 만드시더군요.
그리고 소풍날 아침에 김밥 대신 보리밥을, 과자 대신 생라면 한봉지씩, 거기다가 남의 일을 거들어 주고 받은 돈으로 병 사이다 한병씩과 간식거리로 빵떡을 3개씩 가방에 넣어주시더군요.
그런 것도 모르고 저와 두 동생은 "김밥 안 싸주면 소풍 안 간다" 라고 하면서 울며불며 생떼를 쓰면서 방에 드러누워 버렸죠.
엄마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오셔서는 울먹이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올 해에도 맛나는 김밥을 싸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내년에는 꼭 김밥 싸줄테니, 기분좋게 소풍가서 재밌게 놀고 오너라" 하시면서 용돈으로 10원짜리 동전을 저는 3개, 동생들은 2개씩 손에 쥐어 주셨답니다.
지금도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봄소풍의 그 날만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왠지 가슴이 찡하면서 요즘 위장병으로 고생하고 계시는 어머니를 잘 모셔야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청곡 : 진달래꽃 - 마야, 봄이오면 - 김윤아, 꽃피는 봄이오면 - BMK, 봄이오는 길 - 박인희, 김밥 - 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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