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풍하면 고등학교 첫소풍때가 제일 생각납니다. 당시 오락시간이 되면
저마다 장기자랑을 하곤하는데 요.저는 타고 난 음치,박치에 무대공포증까지 있어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죠. 근데 제 친구는 저보다 훨씬 더 노래를 못하면서도 얼마나 무대를 휘어잡는지요. 그때 김수희의 그 유명한 노래 '가로등도 졸고 있는~' 하는 노래있잖아요. 아~! 그래요' 못잊겠어요'란 노래요. 이 노래를 김수희씨 처럼 꺾어가면서 얼마나 애절하게 부르는지. 게다가 누군가가 장난스레 동냥하듯 무대로 동전들을 던지면요. 노래부르면서도 엎드려 동전을 줍고는 백원짜리는 교복주머니에 넣고 십원짜리는 도로 객석으로 던지고 하며 정말 끝내주게 웃기더군요.
아! 그때 전 깨달았죠. '세상은 무조건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좀 못했도, 자신감있게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구나' 하는, 좀 거창하게 말해 '삶의 이치'를요.
전 지금도 여전히 노래를 잘 못하고 또, 그때 그 친구에 비해 배짱도 부족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그때 그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삶의 위안과 일상의 새 기운을 얻곤 한답니다.
그래서 신청곡 입니다. [김수희-못잊겠어요.]

고등학교 첫소풍때 장기자랑에서의 그 친구...
이혁재
201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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